中 ‘스파이 풍선’, 美 핵 격납고 상공 휘젓고 다녀… “주권 무시한 도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3일 15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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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미 몬태나주 빌링스의 높은 상공에 풍선이 떠 있다. 미 국방부는 미 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중국의 고고도 감시용 풍선이 발견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풍선은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관측됐으며 지상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격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2일(현지시간) 미 몬태나주 빌링스의 높은 상공에 풍선이 떠 있다. 미 국방부는 미 영공에서 버스 3대 크기의 중국의 고고도 감시용 풍선이 발견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이 풍선은 핵미사일 격납고가 있는 몬태나주 상공에서 관측됐으며 지상의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어 격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중국이 미국 영공에 감시정찰용 대형 풍선을 침투시켜 핵무기 격납고 상공을 휘젓고 다닌 것으로 드러나 미국이 발칵 뒤집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고를 받고 격추를 준비시켰으며 미 의회는 “미국의 주권을 무시한 도발”이라며 중국에 대한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벌어진 이번 사태로 미중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블링컨 방중 직전 美 핵시설 위로 감시 풍선 보낸 中


미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 상공에 있는 고고도 감시용 풍선을 탐지해 추적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 고고도 감시 기구가 중국의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추적하고 있는 고고도 감시 풍선은 버스 3대를 합친 크기의 대형 기구(氣球)로 카메라 등 정찰 장비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 풍선은 러시아 캄차카 반도와 미국 알래스카 사이의 얄루산 열도 인근에서 비행을 시작해 캐나다를 거쳐 미 북서부로 진입해 현재 480㎞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했다

미 북서부는 미국의 전략폭격기와 150여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배치된 몬태나주 말름스트롬 공군기지와 노스다코다주 미노 공군기지 등 핵 군사기지가 다수 포진돼 있다.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이 풍선은 명백히 감시를 위한 것”이라며 “현재 비행경로에는 다수의 민감한 시설 상공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이어 “복수의 채널을 이용해 긴급히 중국 당국자에게 사안의 심각성을 전했다”고 했다.

미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이 보고를 받았으며 군 당국은 풍선을 격추시키기 위해 F-22 전투기 등을 준비시켰다고 밝혔다. 필리핀을 방문 중이던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역시 1일 현지에서 군 지휘부 회의를 여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섰다. 국방부는 바이든 대통령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의 권고에 따라 지상 피해를 우려해 풍선을 격추시키지 않았고 밝히면서 “위험 상황이 변경되면 정찰 풍선을 다룰 선택지들이 있다”고 말했다. 언제든 풍선 격추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고고도 풍선은 미소 냉전시기부터 사용돼온 정찰기구로 중국은 이전에도 몇 차례 미국에 정찰 풍선을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방부 당국자는 “이번 정찰 풍선은 과거보다 오래 (미국) 상공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말했다.

● 美 의회 “중국의 주권 침해, 반드시 대응해야”


미국에선 중국이 정찰 풍선을 보낸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이미 다수의 정찰 위성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이 고고도 정찰 풍선으로 얻을 수 있는 미군 기지에 대한 추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중국이 블링컨 장관의 5일 방중을 앞두고 미국의 대응을 시험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친강 신임 외교부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나는 것은 2017년 이후 약 6년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대만 해협과 북핵 문제 등 현안을 논의할 예정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대응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게 된 것. 최근 미국이 일본, 인도, 필리핀 등과 잇따라 중국에 대한 견제를 위한 안보협력 강화에 나선데 대해 중국이 경고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 의회는 공화당을 중심으로 중국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 의장은 트위터에 “중국의 뻔뻔한 주권 무시는 반드시 대응해야 하는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동”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하원 중국특별위원장인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의원도 성명에서 “중국의 위협이 먼 바다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 본토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는 반드시 이 위협에 맞서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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