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여성 16명, 평범한 가장이 살해… 이란판 ‘양들의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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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바탕 영화 ‘성스러운 거미’
8일 국내 개봉… 칸 여우주연상

영화 ‘성스러운 거미’에서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기자 라히미(자르 아미르에브라히미)가 사건이 일어나는 거리를 응시하고 있다. 판시네마 제공
영화 ‘성스러운 거미’에서 연쇄살인마를 뒤쫓는 기자 라히미(자르 아미르에브라히미)가 사건이 일어나는 거리를 응시하고 있다. 판시네마 제공
이란에서 실제 벌어진 연쇄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성스러운 거미’가 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 작품은 이란판 ‘양들의 침묵’(1991년)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성스러운 거미’는 2000년 이란의 최대 종교도시인 마슈하드에서 여성 16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마 ‘사이드 하네이’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경찰이 해당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자 가상의 인물인 기자 ‘라히미’가 직접 범인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범인 하네이는 세 남매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이란-이라크전 참전용사로서 이웃에게 존경받는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더러운 여성들을 죽여 도시를 청소하는 종교적 의무를 행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성매매 여성들을 양심의 가책 없이 살해했다. 자신의 범행을 언론사에 직접 제보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잔인무도한 살인 사건이지만 사건 당시 이란 보수 언론과 일부 대중은 그를 ‘사회 정의를 손수 이룬 영웅’이라고 칭송해 국제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그는 법정에서 “매춘부들은 바퀴벌레보다도 쓸모없는 존재”라며 “하루에 한 명씩 죽이지 않으면 밤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말하며 자랑스러워했다. 그는 2002년 사형됐다.

‘성스러운 거미’는 여성 혐오와 종교, 문화가 얽힌 이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주연을 맡은 자르 아미르에브라히미는 이 작품으로 이란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미르에브라히미는 살인마를 밝혀내기 위해 직접 매춘부로 변장하는 용기를 낸다. 한편으로는 한 여성으로서 주변 남성들로 인해 겪은 신체적·정신적 두려움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 작품은 지난해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 영국 가디언지가 ‘올해 최고의 영화’로 꼽기도 했다.

이란의 금기를 다룬다는 이유로 제작 당시 이란 내에서 촬영 금지뿐만 아니라 상영 금지 조치까지 받았다. 영화는 덴마크, 스웨덴, 독일, 프랑스의 합작으로 완성됐다. 연출은 최근 국제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 중 한 명인 알리 아바시가 맡았다. 그는 장편 데뷔작인 ‘셜리’(2016년)로 베를린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고, 두 번째 장편 ‘경계선’(2018년)으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시선 부문 대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영국 영화잡지 사이트앤드사운드를 통해 차세대 감독 20인 중 한 명으로 그를 꼽으며 “‘경계선’은 눈부시게 독특한 영화”라고 평가한 바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영화#성스러운 거미#한국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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