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필리핀에 中견제 軍기지 4곳 추가확보… 마르코스, 친미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대만 인접 루손섬 등에 군사기지
中의 대만침공 견제할 군사력 확대
마르코스주니어 대통령, 美와 밀착
전임 두테르테의 친중 행보와 대조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AP/뉴시스
미국이 중국 견제를 위해 대만과 인접한 필리핀 루손섬 카가얀, 남서부 팔라완섬 등 필리핀 내 4곳의 미군 기지를 확보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한국 방문 후 1일 필리핀을 찾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이 현지에서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도 했다. 카가얀은 대만 남부와 불과 약 430km 떨어져 있다. 이곳에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필리핀은 지난해 6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집권 후 기존의 친중 노선을 버리고 친미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지 제공 외에도 올해 미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도 추진하는 등 미국의 대중국 포위망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 中 겨냥 ‘전진 기지’ 확보

필리핀 정부 관계자는 WP에 “추가 군사 기지에 대한 합의가 거의 이뤄졌다”며 오스틴 장관의 방문 시 공식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틴 장관은 1일 수도 마닐라에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예방하고 호세 파우스티노 국방장관과 만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지 제공의 대가로 미국이 필리핀에 무인기(드론) 등의 지원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카가얀은 마닐라가 위치한 루손섬의 최북단에 있다. 필리핀 영토 중 대만과 가장 가깝다. 미국은 이곳에 순환 배치되는 병력을 주둔시킬 계획이다. 미국은 지난달 미일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에서 대만과 가까운 일본 남부 오키나와에 대함미사일과 드론으로 무장한 미군 해병연안연대(MLR)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여기에 필리핀에도 미군 기지를 건설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견제하기 위한 해안 상륙부대 주둔지와 군수 기지를 모두 갖추게 된다.

팔라완 또한 중국과 필리핀의 영유권 분쟁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 군도)’와 가깝다. 중국은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에 있지만 자신들이 실효 지배하는 스카버러 암초를 포함해 이 군도에 3곳의 군사 기지를 건설하고 필리핀 어민을 몰아내고 있다.

필리핀은 한때 미국의 식민지였으며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 기지를 허용했다. 1991년 의회가 주권 침해를 이유로 기지에 대한 권리 포기를 요구해 미군이 철수했다. 두 나라는 2014년 협정을 맺고 일부 기지에 미군 병력을 순환 배치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는 카가얀 등 루손섬 북부가 포함되지 않았다.
● 美-필리핀, 지소미아도 추진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WSJ 인터뷰에서 “대만은 필리핀 북부에서 40분 거리에 있다”며 필리핀 또한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의 당사자라는 뜻을 나타냈다. 그의 전임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집권 내내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비판하고 중국을 중시했다. 하지만 경제 지원을 약속했던 중국이 영유권 분쟁 등을 이유로 이행하지 않자 반중 정서가 고조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영유권 분쟁에 대해 줄곧 “필리핀을 지지한다”며 환심을 샀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또한 지난해 9월 첫 방미 당시 “미국이 동반되지 않은 필리핀의 미래를 상상할 수 없다”고 했다.

이후 양국은 안보, 경제 협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두 나라는 올 3월 외교·국방장관 ‘2+2’ 회담을 열기로 했다. 지소미아 또한 올해 말까지 체결하기로 했다. 미국 또한 원자력 건설을 추진 중인 필리핀에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을 지원하기로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필리핀#마르코스주니어 대통령#친미#지소미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