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원대 수질측정기 싸고 작게 만들어 가정-산업계에 깨끗함 선물[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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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AI로 수질검사센서 혁신 ‘더웨이브톡’… 레이저 산란 이용 이물질의 양 측정
전용 반도체칩으로 센서 소형화… 휴대용 정수기-샤워기헤드 등 부착
특정 용액 세균 검출 기술 개발중… 병원과 의료진단기기 협업 기대
아마존 입점 마친후 美시장 진출… 해수담수화플랜트 설비에도 적용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사무소에서 올해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와톡’을 
들어 보이며 싸고 작은 수질측정센서로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센서가 들어간 샤워헤드와 
주전자형 정수기 등이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이사가 2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사무소에서 올해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와톡’을 들어 보이며 싸고 작은 수질측정센서로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에 대해 말하고 있다. 화면 아래에는 센서가 들어간 샤워헤드와 주전자형 정수기 등이 보인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마시는 물에 대한 불안감은 좀체 사라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더 나은 물을 마시고 싶다는 욕구 때문에 정수기와 생수 산업이 만들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수돗물과 정수기물, 생수 모두 가끔씩 터지는 물 오염 관련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다. 마시는 물이 얼마나 깨끗한지 내가 원하는 때에 측정할 수 있다면 그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을까. 정수기의 경우 필터를 통과하는 물의 양 등에 따라 필터의 적절한 교체 시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수개월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교체하라는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안내될 뿐이다. 정수기에 수질검사센서를 넣어 정수 전후의 탁도(혼탁한 정도로 수질검사의 기본 항목)를 비교·표시해 주면 해결될 문제인데, 지금까지는 그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정밀 측정이 가능한 탁도계의 가격이 수십만∼수백만 원에 달해서다.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은 액체 속에 섞인 이물질이나 세균의 양을 레이저 기술을 이용해 분석·예측하는 솔루션을 갖고 있다. 정밀 수질측정 센서를 주문형반도체(ASIC)로 만들어 가로 4cm, 세로 3cm, 높이 6.5cm 크기로 소형화하면서 센서의 가격을 수만 원대로 낮추는 데 성공해 물 산업과 진단의료기기 산업 분야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 “정수기 거친 물이 항상 더 깨끗하진 않아”
필터를 적절한 때에 교체하지 않으면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기로 들어가기 전 상태인 수돗물보다 더 탁해지기도 한다. 김영덕 더웨이브톡 대표이사(55)는 2일 “자체 조사 결과 국내의 정수기 10대 중 1대는 정수기에서 나온 물의 탁도가 정수 전보다 더 높다”고 했다. 2021년 초와 2022년 초, 두 번에 걸쳐서 전국 약 300곳의 정수기를 조사한 결과다. 탁도는 이물질의 총량인데 세균이 많으면 탁도도 높아진다. 김 대표는 “사용 기간이 길수록 정수기 내부에 쌓이는 물이끼와 같은 이물질이 늘어나고 필터 교체도 적절하지 않으면 생기는 문제다”며 “특히 정수기의 필터는 수돗물에 있는 염소를 걸러내기 때문에 세균들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고 했다.

물론 정수 후에 나온 물이 더 탁하다고 해서 마시기에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우리나라 먹는 물 수질 기준의 탁도는 0.5NTU(탁도 단위·높을수록 탁함) 이하다. 김 대표는 “통상 수돗물이 0.03∼0.04NTU 정도 나오는데, 정수 후에 0.06∼0.07NTU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며 “더 나은 물을 마시기 위해 정수기를 사용하는데 오히려 탁도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면 소비자도 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옳다”고 했다.

더웨이브톡은 자사 센서를 활용해 만든 휴대용 수질 측정기 ‘와톡’을 지난해 국내에 내놓은 데 이어 올해는 미국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다. 머그컵처럼 생긴 장비에 측정 대상이 되는 물을 담기만 하면 되는 측정기다. 김 대표는 “물속 이물질의 양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범용장비가 없었는데 세계에서 처음으로 만들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존과 월마트에 입점은 마친 상태고, 마케팅 계획을 짜고 있다. 김 대표는 “미국의 경우 상수도관 관로가 국내보다 훨씬 더 노후한 곳이 많아 수질에 더 민감하다”고 미국 시장 진출 배경을 밝혔다. 미국 미시간주 플린트시에서는 2014∼15년 수돗물에서 기준치의 1000배가 넘는 납이 나와 어린이 3000명이 납 중독 판정을 받았고, 10여만 명은 납중독이 의심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휴대용 수질 측정기는 약 99달러에 판매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자사 센서가 들어간 정수기를 대기업 제품을 통해 올해 선보일 계획이다. 수질측정센서가 부착된 정수기는 지금까지 없었다. 김 대표는 “정수기를 만드는 국내 대기업 2곳과 프랑스 상수도 관리 기업이 우리 센서의 품질을 테스트했는데, 600만 원대 외산 장비와 99.9% 성능이 비슷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레이저 신호 분석·예측하는 기술이 핵심
더웨이브톡이 물속 이물질의 양을 측정하는 기술은 공동창업자인 KAIST 물리학과 박용근 교수의 연구 결과물에서 시작됐다. 레이저를 외벽에서 반사시키는 방식으로 용액을 수없이 통과하도록 만들면 용액 속의 작은 입자들의 존재도 정확하게 검출할 수 있다는 것이 기본 아이디어다. 미세먼지가 크기는 작지만 광투과 경로가 길면, 눈에 뿌옇게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여러 번 반사된 레이저는 산란이 되면서 잡음이 섞인 신호를 내게 되는데,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활용해 이물질의 양을 계산해 낸다. 더웨이브톡은 이 기술을 활용해 특정 용액에 존재하는 세균을 검출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김 대표는 “세균을 검출할 수 있는 분석 기술을 올해 안에 완성할 계획”이라며 “여러 가지 의료진단기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시제품은 완성했고, 여러 병원과 협업 중이다.
○리튬이차전지 회사에 이은 2번째 창업

한양대 화학공학과 87학번인 김 대표는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레이저로 물질 특성을 분석하는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경 리튬이차전지를 만드는 ‘루트제이드’를 창업해 14년가량 운영하다 2014년 회사를 약 1000억 원 가치로 인정받고 자신의 지분을 팔았다. 루트제이드를 운영할 때는 48억 원까지 빚을 지고, 거주하던 아파트까지 처분하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엑시트(EXIT)한 경험이 있다. 이후 1년 반가량 벤처캐피털(VC)을 설립해 투자에 전념하다 KAIST 박 교수와 인연이 닿았다. 2016년 KAIST 박 교수와 더웨이브톡을 설립한 뒤 기술을 상업화하는 데 전력했다. 창업 후 지금까지, 레이저 산란을 분석·예측하는 알고리즘이 담긴 전용 반도체칩까지 만들어 수질검사 정밀센서를 소형화했다.

김 대표는 “첫 창업을 엑시트한 후 투자업을 하다가 수질검사센서를 혁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다시 창업에 뛰어들게 됐다”며 “6년여에 걸쳐 센서 기술을 고도화하고 관련 기술을 주문형반도체에 담게 돼 이제 정밀 탁도계를 여러 상품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샤워기, 해수담수화플랜트 등으로 확대 적용
더웨이브톡은 값싸고 부피가 작은 센서를 개발함으로써 한편으로는 기존 외국산 제품을 대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수질검사센서를 부착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올해 출시를 목표로 자사 센서를 넣은 휴대용 간편 정수기(주전자형 정수기)와 샤워기 헤드 제품을 개발 중이다. 휴대용 간편 정수기는 1, 2인 가구 등에서 물통에 간편한 정수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 제품인데, 필터의 적절한 교체 주기를 알기 힘들었는데, 여기에 더웨이브톡의 센서를 넣어 교체 주기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녹물이 걱정되는 가정에서는 샤워기 헤드에도 필터를 넣어 사용하는데, 마찬가지로 여기에도 자사 센서를 넣어 소비자들이 적절한 필터 교체 시기를 알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더웨이브톡은 자사의 센서가 정밀하면서도 가격이 싸다는 장점을 부각해 산업용 시장도 개척 중이다. 프랑스 상수도 회사인 ‘수에즈’가 자사 제품을 정수장 등에 설치하기 위해 테스트를 마쳤다고 밝혔다. 해수담수화플랜트 설비에도 자사 센서를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해수담수화 설비에는 길이가 2m나 되는 거대한 필터가 수만 개씩 사용되는데 자사 센서를 부착하면 이 필터들의 교체 주기를 개별로 관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자사 제품을 통해 수질 빅데이터를 수집, 지역별 계절별 가구별 수질 데이터 맵을 만드는 사업도 벌일 예정이다. 올해 미국 스타트업과 협업해 미국에서 취수원인 강부터 가정 수도꼭지까지의 수질 데이터를 모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물에 함유된 이물질과 세균을 경제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로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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