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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약자 연대의식 강조한 ‘난쏘공’ 작가

입력 2022-12-30 03:00업데이트 2022-12-30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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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흔히 ‘난쏘공’이라고 줄여 부릅니다. 세대 구분 없이 누구나가 이렇게 작품 제목을 줄여 말할 정도라면 우리 시대의 고전으로 불러도 될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을 쓴 조세희 작가(80·사진)가 25일 별세했습니다.

조세희는 단편 ‘돛대 없는 장선(葬船)’이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옵니다. 이후 10년의 공백기를 거쳐 1975년 단편 ‘칼날’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여러 지면에 ‘뫼비우스의 띠’, ‘우주여행’,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등 난장이 연작이라고 불리는 단편 12편을 잇달아 씁니다. 그리고 1978년, 단편 12편을 묶은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세상에 내놓습니다.

난쏘공은 발표 직후부터 문단의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소설이 발표된 1970년대는 한국에서 급격한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입니다. 국가의 부는 성장하고 있었지만 저임금 노동이 기반이 된 공업화는 빈부격차를 심화시켰습니다. 빠른 도시화 물결은 철거민이 되어 쫓겨나는 도시빈민을 만들었습니다. 난쏘공은 이런 개발독재의 물결 속에 삶의 기반을 빼앗긴 도시빈민과 저임금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난장이로 상징화해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단순히 소리 높여 고발하는 방식은 아니었습니다. 난쏘공의 짧고 간결한 문체는 소설이지만 시를 읽고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줍니다. 마치 환상을 보여주는 듯한 소설 기법은 현실이 가진 냉혹함을 오히려 부각시킵니다. 작가가 난쏘공에서 보여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연대의식은 후대 문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작가는 다른 소설 칼날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저희도 난장이랍니다. 서로 몰라서 그렇지, 우리는 한편이에요.”

난쏘공은 발표 이듬해 제13회 동인문학상을 받았습니다. 올해 7월엔 320쇄를 찍었습니다. 누적 발행부수는 148만 부를 넘습니다. 순수 문학 작품으로는 선례가 없다고 합니다. 2000년대에 들어선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 문제로 출제된 적도 있습니다.

문학의 사회 참여를 내세웠던 1970, 80년대의 수많은 작품들이 잊혀졌습니다. 하지만 난쏘공은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시대적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비록 문학이라는 허구의 세계에서지만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현실세계에 깊고 넓은, 오랜 울림을 주었습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개발로 인해 외곽으로 밀려나는 가난한 거주민들이 존재합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차별, 이주 노동자의 인권 문제도 있습니다. 난쏘공은 문학과 현실에 대해, 작가의 문학적 발언과 사회적 영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han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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