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분전 예고’ 전장연 게릴라 시위에 용산역서 승객 전원 하차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9일 11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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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지하철에 탑승하는 출근길 선전전을 하고 있다. 뉴시스
‘게릴라 시위’를 예고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9일 오전 8시 서울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열차 탑승 시위에 나섰다. 이날 시위로 1호선이 용산역에서 35분가량 멈춘 채 운행하지 않는 등 혼란이 발생했다.

시작 8분 전 장소 공지 ‘게릴라 시위’

전장연은 이날 시위 시작 8분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시위 장소와 동선을 공개했다. 이들은 시청역에 집결해 ‘251일차 전장연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했다. 이날 집회엔 휠체어를 탄 장애인 3명과 다른 활동가 5명가량이 참석했다.

전장연 측은 “시청역에서 1호선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한 뒤, 국회의사당역으로 가서 국회에 장애인 예산 통과를 촉구하기 위한 선전전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이 전날 공지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오전 9시까지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집결해 선전전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종료 장소도 국회로 변경했다.

지하철 1호선을 관리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열차 지연을 막기 위해 시위대와 경찰을 제외한 승객 전원을 하차시키는 ‘강수’를 뒀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 30분경 1호선 용산역에 하차했다가 다시 열차를 타는 과정에서 “휠체어 발판이 없어 위험하다. 발판을 가져오면 타겠다”며 열차 문을 막고 버텼다. 이들은 앞서 남영역에서도 열차를 내렸다 타면서 같은 이유로 운행을 지연시켰다.

용산역에서 대치 상황이 10분 이상 이어지자 현장에 있던 코레일 측은 “전장연 시위로 운행을 멈추겠다. 승객분들은 모두 하차해주시길 바란다”고 안내 방송을 했다. 전장연 관계자 일부는 시민들이 모두 하차한 뒤에도 한동안 열차에 남아 경찰과 대치하다 9시경에야 열차에서 내렸다. 열차는 계속 용산역에 정차한 채였다. 이날 1호선 하행선은 55분간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등 큰 혼란이 발생했다. 시민 중 일부는 “시민들을 볼모로 잡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 “자기들(전장연)만 억울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시민들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며 발걸음을 옮겼다. 코레일 직원이 전장연 활동가가 탄 전동 휠체어를 직접 밀어 이동시키려 하자 “밀지 말라”, “휠체어가 넘어지면 다친다”며 저항하기도 했다.

“기습 시위 어떻게 피하나” 시민들 불만

예고 없이 진행된 시위에 시민들은 큰 불만을 드러냈다. 용산역에서 하차 안내를 받고 내린 직장인 유모 씨(50)는 “출근 시간에 너무한 것 아니냐”며 “영등포로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이미 늦었다. 게릴라로 (시위를) 한다는 뉴스를 봐서 하는 줄은 알고 있었는데 어디서 하는지를 알 수가 없으니 피할 수가 없었다. 택시를 빨리 잡아서 이동해야 할 것 같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시민 이모 씨는 “인천에 가는 길인데 갑자기 열차가 멈춰 섰다. (전장연 시위를) 처음 겪어보는데 이걸 어떻게 피해 가야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론 예고도 안 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1호선 열차 운행은 오전 9시 13분경에야 재개됐다. 용산역에 다음 열차가 들어와 승객들을 태웠지만 경찰은 방패를 든 기동대를 동원해 전장연 활동가들을 에워싸고 열차에 타지 못하도록 막았다. 경찰은 이후 열차들도 타지 못하도록 막다가 오전 9시 30분경 탑승객이 줄어든 것을 확인한 뒤 저지선을 풀고 탑승하도록 했다. 이들은 노량진역에서 9호선으로 환승해 국회의사당역까지 이동했다.

15일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 회원들이 삼각지역에서 전장연 시위대를 막아서고 있다. 전장연 제공


전장연 측은 앞으로도 게릴라 시위를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국회 앞에서 “오늘 1호선과 9호선을 타고 오는 과정에서 많은 마찰이 있었고 시민들이 화를 내기도 했다”면서도 “내일도 8시에 선전전을 할 계획이지만 미리 장소를 알릴 수는 없다. 시민들 불편을 해소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국회에서 (장애인) 예산을 처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지하철 운행 정상화를 위한 장애인 연대’(장애인 연대) 회원 30여 명은 전장연 시위를 저지하기 위해 당초 예고됐던 장소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 나가 있다가 시위 장소가 바뀌면서 해산했다. 장애인 연대는 15일 전장연 시위 직전에 이들 앞을 막아서며 박경석 대표의 승강장 진입을 저지한 바 있다.

정상화 연대 김민수 대표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장연이) 다른 장애인들에게 저지당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불리하다고 판단해 집회 장소를 옮긴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전장연 시위를 막는 방법을 강구해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장애인 연대는 경찰청으로 이동해 전장연 시위에 대한 경찰의 단호한 대처를 요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갔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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