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예비 부부들 울리는 ‘끝없는 추가금’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4월 4일 01시 40분


◇수상할 만큼 완벽한 결혼식/이소연 지음/320쪽·2만 원·돌고래


시작은 프러포즈다. 그러곤 상견례용 고급 식당 예약, 예물·예단 마련, 스튜디오 촬영과 그를 위한 드레스 대여, 또 그 드레스 대여를 위한 숍 투어까지. 여기에 메이크업 예약도 필수. 청첩장이 만들어지면, 이것을 나눠주기 위한 청첩장 모임도 줄줄이 이어지는데….

이 숨막힐 듯한 일정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을 테다.

“이거 진짜 내가 하고 싶었던 결혼식 맞나?”

이 책은 저자가 직접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한국의 결혼식 문화를 분석한 르포르타주다. 저자는 “특별한 하루를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결혼식 준비는 1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 프로젝트가 돼 마치 정해진 길이 있는 듯 예비부부를 몰아간다”고 지적한다.

현 결혼 문화 중 가장 기이한 건 ‘추가금’이다. 청첩장에 약도라도 추가하려면 추가금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그리고 이 ‘추가금 전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웨딩 산업의 정보 비대칭성 때문이다. 저자는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중개업의 개입’을 꼽았다. 업체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하지 않고 중개업이 끼어들면서 할인가로 손님을 받게 되다 보니 서비스 질이 하향 평준화됐다. 그 결과 업체 입장에서 추가금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됐다.

그렇다면 법적 규제는 해답이 될까. 정부는 2025년 ‘스드메 가격 공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최대 1억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가격 상승의 연료가 됐다. 무수한 할인 조건들이 생겨나며 시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이에 저자는 단순 정보 공개를 넘어 중개업체에 비용을 지급하도록 전제하는 ‘준비 대행업 표준계약서’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은 산업 내부 문제를 넘어 결혼식 안에 담긴 한국 사회의 고질병들을 짚어낸다.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서울 중심으로 결혼 비용이 상승한 점, 뿌리 깊은 경쟁과 비교 문화, 과시적 소비가 일상화된 사회까지. 저자는 “지금의 결혼식은 사회 질서를 다시 한번 체화하는 시간”이라며 “결혼식을 준비하며 익힌 방식대로 끊임없이 타인을 비교하다 보면 정작 ‘나’는 희미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결혼식#상견례#웨딩 산업#중개업#준비 대행업#과시적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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