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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횡설수설/이정은]한국 부자 지형도

입력 2022-12-05 03:00업데이트 2022-12-05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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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은 자산을 취득한다. 그렇지만 가난한 이들과 중산층은 부채를 얻으면서 그것을 자산이라고 여기지.” 베스트셀러였던 책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는 저서에서 자산과 부채의 차이점을 제대로 이해해야 제대로 투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집을 사기 위해 얻은 대출금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나쁜 빚’이며 그렇게 구한 집은 자산이 아닌 부채라는 게 그의 관점이었다.

▷10여 년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그의 주장은 최근 빚 폭탄에 직면한 한국의 영끌족들에게 다시 소환되고 있다. 수억 원씩 대출을 받은 뒤 치솟는 금리에 허리가 휘는 이들이 새삼스럽게 부채의 무거움을 곱씹고 있는 때다. 돈 굴리는 법을 안다는 부자들의 부채 대응 움직임을 일찍 알았더라면 이들에게 도움이 됐을까. KB금융그룹이 발간한 ‘2022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부자들은 금융부채 비중을 크게 낮췄다. 전례 없는 봉쇄, 방역 조치로 경제가 타격받는 상황에서 빚 관리에 우선순위를 뒀다는 의미다.

▷한국 부자의 61.8%는 ‘부채는 자산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부채는 자산이다’는 회계학의 기본 공식과는 거꾸로 가는 인식이지만, 그만큼 부채의 레버리지 효과보다는 위험성이 커진 시점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들이 향후 자산 운용의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은 것도 금리 인상(47%)이다. 최소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고금리 기조로 볼 때 빚부터 줄이는 게 부(富)를 유지하는 길이라는 게 부자들의 현재 판단인 셈이다.

▷비트코인 같은 디지털자산에 투자했다는 부자들이 많지 않은 것 또한 눈에 띄는 특징이다. 앞으로도 투자하지 않겠다는 응답이 60% 가까이 된다. 디지털자산 가치의 변동률이 너무 높고(36.1%), 내재가치가 없기 때문(29.6%)이라는 게 이들이 댄 이유다. 가상화폐 등으로 대박을 터뜨린 성공 스토리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실물 위주의 보수적 투자에 집중한 부자들의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한국 부자들이 ‘부자’로 인정하는 총자산의 기준은 100억 원.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 보유자를 부자로 분류한 보고서의 기준보다도 훨씬 높다. 한국 부자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며, 3040 신흥 부자 중 상당수는 부모로부터 종잣돈을 물려받은 금수저들이라고 한다. 집 1채를 마련하기도 빠듯한 영끌족으로서는 남의 나라 이야기 같은 내용도 보고서에는 적지 않다. 그래도 핵심은 ‘어떻게 부자가 될 것인가’일 터.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 부채 관리에 집중하며 다음 투자 기회를 노리는 부자들의 촉을 읽어내는 게 먼저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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