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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성실하고 조직생활 능한 개미… 비결은 ‘번데기 젖’

입력 2022-12-02 03:00업데이트 2022-12-02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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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번데기서 분비되는 영양물질
유충 키우고 성충 집단행동 유도
일개미는 유충을 번데기 위로 옮겨 분비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개미 번데기에
서 영양분이 들어있는 분비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대니얼 크로나워 제공일개미는 유충을 번데기 위로 옮겨 분비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 록펠러대 연구팀은 개미 번데기에 서 영양분이 들어있는 분비물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 했다. 대니얼 크로나워 제공
개미 군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개미들은 하나의 독립된 개체라기보다 마치 전체가 하나의 유기체를 구성하는 세포처럼 협력하며 행동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 연구팀이 전체만 관찰했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개미 군집 내부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대니얼 크로나워 미국 록펠러대 사회 진화 및 행동 연구소 교수 팀은 개미 번데기가 우유와 같은 물질을 생산해 유충과 갓 성충이 된 개미를 양육하고 전체 개미 군집의 체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11월 30일자에 발표했다.

그동안 개미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군집에 집중돼 개미 개체들 간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전체 개미 군집에서 번데기의 역할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번데기 주위에 분비물이 축적되는 현상을 처음 관찰한 뒤 염료 추적 실험을 통해 분비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개체별로 변화를 살폈다.

개미는 알에서 부화해 애벌레가 되고 번데기를 거쳐 성충으로 성장한다. 연구팀은 성충이 되기 직전의 번데기가 많은 양의 영양물질을 분비하고 성체가 된 개미가 이 영양물질을 직접 섭취하거나 추후 번데기 껍질 위에서 자라는 유충이 젖 대신 섭취하며 자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분비물에 접근하지 못한 유충은 발육 부진을 겪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후 첫 4일 안에 분비물을 섭취하지 못하면 죽음에 이르렀다. 반대로 번데기도 유충이 분비물을 충분히 섭취해 제거하지 않으면 곰팡이에 감염돼 죽었다. 번데기와 유충 사이의 상호작용이 드러난 셈이다.

크로나워 교수는 “갓 부화한 유충은 마치 신생아가 우유를 찾는 것처럼 분비물에 의존했다”며 “이 분비물이 개미의 신진대사 및 생리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 분비물이 성충 및 개미 군집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로 개미가 사회적 곤충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일반적인 곤충은 자신이 만들어낸 분비물을 스스로 섭취하지만 개미는 이를 군집 전체와 공유했다. 분비물에는 로열젤리에서 주로 발견되는 향정신성물질이 포함돼 있어 개미 군집 구성원들의 행동과 생리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크로나워 교수는 “다른 개미 4종에서 추가로 동일한 현상이 관찰됐다”며 “분비물을 하나의 신호물질로 사용하는 개미의 전략이 진화적으로 보존돼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영애 동아사이언스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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