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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사설]1년 만에 수술대 오른 중대재해법, 모호한 규정 싹 손봐야

입력 2022-12-01 00:00업데이트 2022-12-0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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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중심인 중대재해처벌법을 노사 간 자율, 사전 예방을 강조하는 쪽으로 고치는 방안을 정부가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 정부가 법을 만들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법이 약 1년 만에 수술대에 오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어제 내놓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사업장의 위험요인을 찾아내 개선하도록 하는 ‘위험성 평가’ 도입이 핵심이다. 300인 이상 기업은 내년, 300인 미만은 업종·규모에 따라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도입된다. 평소 위험요인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기업은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수사, 재판 과정에서 처벌 수위를 낮춰주기로 했다.

중대재해법은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한다. 징역형 하한을 1년으로 정하는 바람에 중소기업의 경우 중대재해가 생기면 기업주가 형사처벌을 받느라 기업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컸다. 이 법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지사 대표로 보낼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게 처벌을 강화했는데도 올해 9월까지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숨진 사람은 51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8명 늘었다.

1년 가까이 시행하면서 많은 한계가 노출된 만큼 중대재해법은 손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정부가 내놓은 개편안으로 문제가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중대재해법과 관련 시행령은 안전사고가 났을 때 책임질 경영책임자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기업들이 대응에 애를 먹고 있다. 중대재해로 보는 직업성 질병에 열사병이 포함되자 건설 현장에서 흔한 만성질환인 고혈압 환자와 고연령자의 채용을 꺼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취지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 등과 이중, 삼중 규제로 작용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왕 중대재해법을 손보기로 했다면 기업들의 경영에 혼선을 초래하는 모호한 규정, ‘1년 이상 징역’ 등 다른 선진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과도한 처벌조항들을 모두 합리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어설프게 예방 의무만 신설한다면 기업에 시간, 비용 부담을 추가로 지우는 더 나쁜 규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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