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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가맹점이 일회용컵 쓰면 본사 이익… 일회용품 사용 부담 늘려야

입력 2022-11-29 03:00업데이트 2022-11-29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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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Action!]일회용품 줄이기, 규제를 넘어 문화로
〈2〉프랜차이즈 ‘로고컵’ 공급 실태
흔히 사용하는 12, 13온스(약 340∼360mL)짜리 일회용 플라스틱컵이나 종이컵 가격은 얼마일까. 온라인에서 묶음으로 사면 개당 50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살 수 있다.

하지만 이 컵에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 로고가 그려지면 가격이 확 뛴다. 동아일보가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6곳에서 로고가 그려진 컵의 가맹점 공급가격을 받아본 결과 대량 공급임에도 불구하고 컵 1개에 적게는 56원(종이)에서 많게는 124원(플라스틱)으로 나타났다. 이 가격 차이로 인해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이 일회용 컵을 많이 팔수록 이익을 보게 된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본사 입장에서 일회용 컵은 판매 자체로도 돈이 되는 데다 홍보 효과도 있어서 많이 팔릴수록 이익”이라고 설명했다.
○ 주요 프랜차이즈, 일회용 컵 연 10억 개 사용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 중인 일회용 컵. 업체가 별도로 제작하기 때문에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고 모양과 재질도 제각각이다. 이런 컵들은 일반 일회용 컵보다 비싸고 수거와 재활용도 어렵다.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과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 중인 일회용 컵. 업체가 별도로 제작하기 때문에 브랜드 로고가 찍혀 있고 모양과 재질도 제각각이다. 이런 컵들은 일반 일회용 컵보다 비싸고 수거와 재활용도 어렵다.
환경부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연간 사용하는 일회용 컵 수는 약 300억 개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해 프랜차이즈 업체 19곳(커피전문점·패스트푸드점)에서 소비한 일회용 컵 수만 10억2000만 개에 이르렀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한 제과점의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4000만 개, 또 다른 패스트푸드점은 4500만 개에 달하는 등 업체당 수백만 개에서 수천만 개였다. 2020년 기준 이런 프랜차이즈 외식업 브랜드가 5404곳에 달한다. 일회용품 저감을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의 협조가 절실한 이유다.

하지만 본사 입장에서는 일회용기 사용이 이익이 된다. 로고가 그려진 일회용 컵을 가맹점에 팔면 수익이 날 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도 된다. 매장 취식이 줄면서 설거지 등 그릇 관리에 들어가는 인력이 줄어 인건비와 관리비를 절약할 수 있다. 본사 입장에서 다회용기 사용을 독려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개별 가맹점 중에는 자사 일회용기를 다른 친환경 용기로 전환하고 싶은 곳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가맹 계약에 묶여서 불가능하다. 보통 업체 일회용기는 계약상 가맹점이 반드시 구입해야 하는 ‘필수품목’으로 지정돼 있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 프랜차이즈 외식업 점포 수는 14만2021곳에 달한다.

프랜차이즈 일회용기는 양도 많지만 재활용하기도 어렵다. 대부분 업체 맞춤으로 제작해 그 규격과 재질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종류별로 수거하기도 쉽지 않고 재활용품의 질도 떨어진다.

이에 정부는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사면 300원을 더 내고 반납 후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앞두고 식품접객업소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에 한해 규격과 재질을 통일한 ‘표준컵’을 도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업체들의 반대로 실패했다. 다음 달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는 세종과 제주 지역조차 환경부가 요구한 표준 종이·플라스틱컵을 쓰는 업체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한 실정이다.
○ “ESG 화두인데…저감 책임 져야”
업계 스스로 일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도록 일회용품 사용 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금도 재활용이 어려운 일부 플라스틱 제품은 제조·수입업자가 폐기물 처분 비용인 폐기물부담금을 낸다. 하지만 일부 품목에 한정된 데다 매출액 10억 원 이상 기업에만 적용해 효과가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해 플라스틱 용기 폐기물부담금 총액이 15억 원에 그쳤다. ‘부담 없는 부담금’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장용철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플라스틱 제품 생산·유통업자에게 추가로 비용을 물리는 일명 ‘플라스틱세(稅)’를 도입하고 있다”며 “한국도 일회용품에 추가 부담금을 물려 사용 저감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에 프랜차이즈 본사의 일회용품 사용 책임을 명시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본사(가맹본부)가 가맹점에 한정 공급한 일회용 컵의 판매와 재활용 책임은 본사에 있다’는 내용의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문가들은 업체의 자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규제는 그 대상이 한정돼 일회용품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일회용품 소비 생태계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식품업계가 저감 책무를 인지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ESG경영(환경, 사회, 지배구조적으로 올바른 경영)이 화두다. 소비자들도 제품에 더해 ‘가치’를 구입하는 시대”라며 “규모 있는 프랜차이즈들이 먼저 표준컵을 도입하고 일회용기에 추가 비용을 물리는 등 저감 노력을 보인다면 소비자도 그에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표준용기를 도입하거나 다회용기 전환율이 높은 업체에 대해 세제, 부담금 감면 등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사회적 책임 요구에 직면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도록 하는 게 중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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