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北제재 또 빈손… 김여정 “초강경 대응” 되레 큰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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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러시아, ‘北 편들기’ 제재 반대
‘괴물ICBM’ 회의 결론없이 끝나
김여정 “겁먹고 짖어대는 개” 비난
北 핵실험 등 추가도발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사진)이 북한의 ‘괴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를 겨냥해 “끝까지 초강경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21일(현지 시간)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가 중국과 러시아의 ‘북한 편들기’로 90분 만에 아무런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빈손으로 끝났지만, 회의 직후 안보리 논의 자체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 북한이 안보리 움직임 등을 빌미로 7차 핵실험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안보리 또 ‘빈손’…김여정, “끝까지 초강경 대응”
김여정은 22일 저녁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한 담화에서 “미국의 사촉(사주) 밑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우리의 ‘화성포-17형’ 시험발사를 걸고드는 공개회의라는 것을 벌려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이 분주히 벌려놓고 있는 위험성 짙은 군사연습들과 과욕적인 무력 증강에 대해서는 외면하면서 그에 대응한 우리의 불가침적인 자위권 행사를 거론한 것은 명백한 이중 기준”이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은 또 “가소로운 것은 미국이 안보리 공개회의가 끝나자마자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남조선을 비롯한 오합지졸 무리들을 거느리고 듣기에도 역스러운(역겨운) ‘공동성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겁먹고 짖어대는 개에 비유하지 않을 수 없다”며 원색적인 비난까지 덧붙였다.

전날 열린 안보리는 북한의 ICBM 도발에도 아무런 제재 결의 없이 끝났다. 그 대신 한미일과 프랑스 영국 등 14개국 대사들은 회의 직후 북한의 ICBM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공동성명만 발표했다.

올해 북한은 ICBM 8차례를 포함해 탄도미사일만 63차례 쐈고, 이 문제로 안보리 회의도 10번이나 열렸다. 하지만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러의 북한 편들기로 안보리 차원의 제대로 된 대응 조치는 한 번도 이뤄지지 못했다. 안보리는 2017년 북한이 ICBM을 발사하면 자동으로 대북 제재를 강화하는 결의안 2397호까지 통과시켰음에도 이마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는 평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21일(현지 시간) 한국과 일본 등 13개국 유엔
 주재 대사들과 함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 앞서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가 열렸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반대로 결론 없이 끝났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오른쪽 사진)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라”고 
주장했다. 뉴욕=AP 뉴시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가 21일(현지 시간) 한국과 일본 등 13개국 유엔 주재 대사들과 함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는 장외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 앞서 이날 북한의 ICBM 발사에 따른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공개회의가 열렸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제재 반대로 결론 없이 끝났다. 장쥔 유엔 주재 중국대사(오른쪽 사진)는 안보리 회의에서 “대북 제재를 완화하라”고 주장했다. 뉴욕=AP 뉴시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사회의 두 회원국(중-러)이 북한을 지원하고 대담하게 만들어 도발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도 22일 캄보디아에서 열린 미중 국방장관 회담에서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에게 “중국은 북한의 불법적인 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전면 이행하라”고 촉구했다고 미 국방부가 밝혔다.
○ 안보리 명분, 핵실험 등 추가 도발 가능성
북한이 사실상 2인자인 김여정까지 나서서 제대로 대응도 못 하는 안보리 회의에 대해 “자주권에 대한 난폭한 침해”라며 맹비난하고 나선 건 추가 도발을 위한 명분 쌓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자위권 행사를 시비질하는 데 대하여서는 그가 누구이든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이 우리를 무장 해제시켜 보려고 아무리 발악을 써봐도 우리의 자위권은 절대로 다칠 수 없다”며 “반공화국 적대행위에 집념하면 할수록 보다 치명적인 안보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북한은 이번 안보리 긴급회의 직전엔 최선희 외무상이 담화를 내고 “명백한 대응 방향을 가지고 미국과 안보리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다”며 도발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에서 7차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간사인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이 전했다.

일각에선 한미일 3국이 최근 사이버범죄를 통해 돈벌이에 나선 북한을 겨냥해 독자 제재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북한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안보리#북한#김여정#ic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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