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 ‘패스트 팔로어’ 경향 극복 필요”[스테파니]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5일 15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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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말 서비스를 런칭했는데, 미국에 있을 때보다 최근 3개월 동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안에서 훨씬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레이첼 토빈 ‘나오나우’ 대표)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서는 한국의 시장이 가장 성숙돼있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케니스 다르만스자 ‘소울파킹’ 공동대표)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창업 환경은 어떨까. 최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국내 최대 스타트업 행사 ‘컴업2022’에는 스타트업 70곳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 창업가가 창업한 해외 스타트업은 ‘나오나우’와 ‘소울파킹’등 단 2곳. 동아일보는 이 두 스타트업의 대표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열린 문화 가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성숙한 시장은 좋은 바로미터
컴업2022 ‘루키리그’에 선발된 미국 에듀테크 스타트업 ‘나오나우’의 레이첼 토빈 대표(29)는 2020년 하반기 서비스를 런칭하고 올해 8월 한국에 왔다. 영어 학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회사는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교육열이 높은 시장을 찾아 나선 것이다.

미국 에듀테크 스타트업 ‘나오나우’의 레이첼 토빈 대표가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토빈 대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주관하는 ‘K-스타트업 그랜드 챌린지’와 ‘컴업’ 등을 통해 파트너십,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등을 소개받고 협업사 8곳과 계약을 맺었다. 네트워킹 이벤트를 통해 인재도 소개받아 채용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토빈 대표는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조용히 해야 하고, 마스크를 써야하는 등 미국과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 분위기는 미국처럼 굉장히 오픈 마인드된 느낌이다”라며 “협력적이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업계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컴업2022 ‘로켓리그’에 선발된 인도네시아 모빌리티 스타트업 ‘소울파킹’의 케니스 다르만스자 공동대표(29)는 한국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는 ‘좋은 시장’으로 꼽았다.

인도네시아 모빌리티 스타트업 ‘소울파킹’의 케니스 다르만스자 공동대표가 미소를 짓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그는 “기술측면에서 한국이 인도네시아보다 5~7년가량 앞서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도네시아에서는 뷰티분야도 부상하고 있는데, 한국의 K-뷰티가 유명한 만큼 한국시장을 통해 노하우를 얻어갈 수 있다고 보는 인도네시아 스타트업도 많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생태계 성숙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 필요”
초기 스타트업과 달리, 이미 한국에서 한창 사업을 하고 있는 해외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한국 창업 생태계를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컴업2022에 연사로 참여한 ‘쓰리아이(3i)’의 지트 싱 딘사 헤드는 컨퍼런스에서 “한국의 관료주의나 행정절차가 어렵다”고 말했다. 딘사 헤드는 한국 스타트업 벤처 비자의 첫 번째 수혜자 중 한 명으로, 한국에 주재하는 미국인 기업가다.

그는 “최근 OTP 배터리가 소진돼서 교체해야 했는데, 이 간단한 은행 업무를 하기 위해 법원에 가서 관련 절차를 밟아야 하는 등 2시간가량 걸렸다”며 “형식적으로 거쳐야 하는 행정절차들이 큰 어려움이다”라고 말했다.

컨퍼런스에 참석한 또 다른 연사인 ‘셔틀딜리버리’의 제이슨 부테 대표는 고용 측면을 지적했다. 부테 대표는 “한국에서는 어딜 가든 인력이 부족하다”며 “외국인들에게 좀 더 워킹비자를 제공하는 등 고용측면을 유연하게 접근하면 좋을 것 같다”고 짚었다.

한국 사회에서 기업가 정신에 대한 인식이 제고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딘사 헤드는 “기업가정신은 불완전하더라도 혁신적으로 도전하며 리스크 테이킹(risk-taking·위험감수)을 하는 것인데, 한국은 확실한 성공 사례가 선례로 있어야 그 길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아직은 ‘패스트 팔로어(빠른 추격자)’에 가까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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