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 아닌 다른 종교인도 편하게 찾는 공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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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 스님 기린 ‘무산선원’ 19일 개원
화합-상생 정신 살린 문화예술공간
당일 시낭송회-안숙선 공연 이어져

19일 개원하는 무산선원에 모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신달자 시인, 주지인 선일 스님(왼쪽부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19일 개원하는 무산선원에 모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신달자 시인, 주지인 선일 스님(왼쪽부터).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성북구 삼청각 옆에 ‘무산선원(霧山禪院)’이 19일 개원한다.

이 선원은 신흥사 조실(祖室)로 2018년 입적한 무산 스님의 뜻을 잇기 위해 설립됐다. 선원이라는 이름을 썼지만 수행용 선방이 아니라 시낭송회와 음악, 미술이 어우러지는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된다. 무산 스님은 백담사 무금선원(1998년), 신흥사 향성선원(1999년) 등을 잇달아 개원하면서 선불교의 전통을 되살렸고, 한글 선시의 개척자로 조오현이라는 속명이자 필명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15일 열린 간담회에는 무산 스님 생전 인연을 맺은 신달자 시인, 권영민 서울대 명예교수, 선원 주지인 선일 스님이 참석했다. 무산 스님의 제자인 선일 스님은 “무산선원은 만해 스님의 자주독립, 무산 스님의 화합과 상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 교수는 “무산 스님은 종교적 편견을 넘어 다른 종교와 교류하고, 시와 소설과 음악, 미술을 모두 아우르는 담론을 즐겼다”며 “시낭송회 등을 통해 어려운 세상에 서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19일 오후 3시 개원식에 이어 시낭송회와 안숙선 명창의 공연이 이어진다. 첫 시낭송회에는 정호승 도종환 시인, 이근배 시조시인 등 15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선원은 약 661㎡(200평)의 규모로 강당과 법당, 살림채인 요사채로 구성돼 있다. 불상과 탑 등이 있는 공간에는 2m 크기의 성모상이 들어선다. 선일 스님은 “성모상은 상생과 화합을 강조해온 은사 스님의 정신을 상징한다”며 “불교 신자 뿐 아니라 다른 종교인들도 편하게 이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신 시인은 무산 스님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2000년 남편이 세상을 뜨고 우울증이 심해 매일 저녁 인근 포장마차로 ‘출석’했다. 그 시기 포장마차를 암자에 비유한 시 ‘저 거리의 암자’를 계기로 스님과 인연을 맺었다. 여러 스님들이 모인 가운데 ‘너희들 3개월 수행한 것보다 이 시가 낫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저를 살렸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미국 문학계에서 무산 스님의 선시(禪詩)에 대한 조명이 이뤄지고 있다”며 “향후 설악산 백담사를 중심으로 이어져온 한국불교 전통과 문화유산을 조사하고 정리해 불교문화유산 아카이브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김갑식 문화전문기자 dunanworld@donga.com
#무산 스님#무산선원#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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