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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도연 칼럼]창의력을 키우지 못하는 우리 교육 시스템

김도연 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2-08-11 03:00업데이트 2022-08-1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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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 아이디어로 새 세상 여는 창의력
어려운 문제 고민하며 풀어나갈 때 신장
속전속결 수능, 우리교육 풀어야 할 매듭이다
김도연 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21세기를 살아갈 오늘의 학생들이 필히 갖추어 할 능력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은 이에 대해 4C, 즉 창의력(Creativity), 비판적 사고력(Critical Thinking), 소통 능력(Communication), 그리고 협력 정신(Collaboration)을 꼽고 있다. 홍수 같은 정보와 지식 속에서 그들의 진실성과 유용성을 가려내는 비판적 사고력은 당연히 필수적이다. 경쟁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지구촌 사회에서 백지장을 맞드는 협력도 중요하다. 그리고 협력은 원활한 소통이 전제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4C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창의력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지적 능력이다. 스티브 잡스의 스마트폰은 디지털 시대로의 인류 문명 전환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허준이 교수는 수학계에 남아 있던 난제를 해결해 노벨상보다 더 어렵다는 필즈상을 받았다. 이렇게 큰 성과는 물론 드문 일이다. 여하튼 창의력은 기존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혹은 개선하는 능력 등을 모두 포함하는데, 포털에서 이를 검색하면 무려 1억 개에 달하는 관련 정보가 올라온다. 창의력이 이처럼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학 전 연세대 총장은 최근 발간한 그의 저서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통한 네트워크 발달을 하나의 이유로 꼽았다. 즉, 모든 분야에서 그 사이를 막고 있던 높은 담이 무너지고 서로 연결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캘 수 있는 신천지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완전히 다른 학문이었던 동물학과 식물학도 연결되면서, 물고기 유전자를 이용해 병충해에 강한 새로운 토마토 품종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창의력이 만들어내는 가치는 과거와 비교했을 때 그 차원이 달라졌다.

창의력은 하늘이 특별한 사람에게만 내려주는 능력일까? 물론 천부적인 측면도 있지만 타고난 창의성을 키우는 것은 후천적 교육이다. 적합한 교육으로 창의력은 신장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위축될 수도 있다. 육체적 운동 능력도 마찬가지다. 역대 올림픽 경기의 단거리 육상 금메달리스트들은 여러 형제들 틈에서 넷째로 자란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균적으로 그들의 형제 수는 4.6명이었는데, 결국 이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형이나 언니들과 어울리면서 빠르게 뛰어야 할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올림픽 챔피언들의 빼어난 능력이 어릴 적 즐겁게 그리고 꾸준히 달음박질한 결과라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이룰 수 없었던 높은 목표, 즉 형이나 누나만큼 빨리 뛰기 위해 끝없이 도전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창의력도 동일하다. 쉽게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들을 꾸준하게 고민하며 하나씩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창의력은 신장된다. 그리고 오래 생각해 문제를 해결했을 때 얻어지는 기쁨을 통해 도전의 즐거움은 저절로 체득된다. 구구단을 외우게 하지 않고 그 답을 어린 학생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실제로 수학은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도구과목이다.

한편, 어느 사회조직이건 그 구성원들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평가를 잘 받는 것이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학생들의 학습 목표는 당연히 시험을 잘 보는 것이므로, 시험은 결국 교육을 지배한다.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는 초중고교 12년이 오로지 높은 수능 성적을 위한 준비 기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수능은 아쉽게도 대한민국 교육 전체를 흩트리고 있다.

수능 수학시험은 통상 30문제를 100분 동안 치르므로, 문제당 평균 3분 이상 생각하면 안 된다. 조금이라도 긴 시간이 필요한 문제를 만나면 정답으로 아무것이나 하나 찍고 넘어가라고 가르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속전속결이 중요한 것은 A3용지 16쪽에 달하는 지문과 문제를 80분 동안에 읽으며 답을 찾아야 하는 국어도 마찬가지다. 과학 등도 예외는 아니다.

수능은 오랜 궁리 끝에 답을 찾는 기쁨을 학생들에게서 빼앗고 있다. 창의력을 오히려 시들게 하는 평가 제도인 셈이다. 게다가 수능은 정답을 못 고르면 0점인 시험이다. 이렇게 학생 때부터 익혀온 정답과 오답의 이분법적 사고 때문에 우리 사회는 여러 분야에서 의견이 나뉘어 치열하게 갈등하는 듯싶다. 이념까지 뒤섞여 엉킨 실타래 같은 우리 교육이지만, 풀어야 할 큰 매듭 중의 하나는 수능 평가가 지닌 근본적 문제점이다. 대한민국 미래가 걸린 일이다.

김도연 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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