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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워싱턴 인근에 15만 평 태양광 발전소… 美, 한반도 4배 면적 건설 중[글로벌 현장을 가다]

입력 2022-08-04 03:00업데이트 2022-08-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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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레밍턴 태양광 발전소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늘어서 있다. 2016년 이 지역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참여해 이 발전소가 세워진 뒤 버지니아주에서만 태양광 발전소가 44개가 들어섰다. 버지니아=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약 70km 떨어진 버지니아 포키어 카운티. 북(北)버지니아 전력 상당 부분을 생산하는 레밍턴 천연가스 화력발전소 건너편에 125에이커(약 50만6000m²) 규모 레밍턴 태양광 발전소가 있다. 2016년 버지니아 주정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협력해 세운 첫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인 이곳에서는 태양광 패널 23만6000개가 전력 20MW(메가와트)를 생산한다.》

레밍턴 태양광 발전소 설립 7년이 지난 현재 버지니아주 태양광 발전소는 모두 44개다. 버지니아주가 대대적인 태양광 발전에 나선 것은 2020년 주의회가 ‘버지니아 청정경제법안’을 통과시키며 ‘2050년까지 탄소 제로(0)’를 선언한 데다 아마존 MS 같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데이터센터가 북버지니아에 집중돼 있어서다.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가 있는 ICT 기업들이 ‘환경 파괴 주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앞다퉈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나서면서 태양광 발전소 건설에 대규모로 투자한 것이다. 실제로 MS와 아마존은 버지니아에만 각각 5곳, 6곳의 태양광 발전소를 지을 예정이다.
美, 한반도 4배 태양광 발전 추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국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로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해 에너지 위기가 커지고, 폭염과 산불, 홍수 같은 이상 날씨 현상이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에서 태양광 발전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더 힘을 받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행정부가 탈(脫)탄소 정책을 가속화하는 미국에서는 향후 10년간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 달러(약 481조 원)를 투입하는 기후 대응 예산에 의회가 합의했다.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자립’을 선언한 유럽에서도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망을 장악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동맹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미 텍사스주는 올 4월 휴스턴 도심 인근 쓰레기 매립지에 240에이커 규모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허가했다. 약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미국 최대 도시형 태양광 발전소를 짓기 위해 도심 발전소 건설을 제한하는 규제도 풀었다.

3000에이커 규모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는 미 중부 캔자스주 존슨 카운티도 올 6월 도심에서 2.5km 떨어진 외곽에 태양광 발전소를 세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반대에도 주 정부와 의회가 태양광 발전소 확대를 밀어붙였다.

더 이상 채굴하지 않고 버려진 광산을 비롯한 사회갈등시설을 태양광 발전소로 전환하는 사업도 한창이다. 버지니아주는 폐(廢)광산 6곳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고, 대표적인 석탄 생산지 웨스트버지니아주 역시 2015년 파산한 5000에이커 규모 석탄 광산에 태양광 발전소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탄소 제로 달성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투자를 쏟아붓자 주정부도 일자리 창출과 세수(稅收) 확보를 위해 태양광 발전소 유치에 나선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미 전체 전력 생산량의 3% 정도를 차지하는 태양광 발전을 2050년까지 45%로 늘릴 계획이다. 미 에너지부는 연면적 한반도 4배에 이르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농장이나 유휴지, 사회갈등시설만으로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 터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주택에는 전기요금을 최대 50% 깎아주는 전기료 감면 정책을 내놨다. 시범사업으로 뉴욕 워싱턴 뉴저지 일리노이 콜로라도 뉴멕시코 등 6개 주에서 450만 가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천연가스를 비롯한 자국 에너지를 무기화하는 러시아 탓에 에너지 공급에 직격탄을 맞은 유럽에서도 태양광 발전 확대는 속도를 내고 있다. 5년 내에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유럽연합(EU)은 올 5월 에너지 전환 정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100억 유로(약 281조 원)를 투자해 태양광 전력 생산은 2030년까지, 풍력 발전은 2025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다. 카드리 심슨 EU 집행위원은 “현재 기술 진전을 감안할 때 충분히 이룰 수 있는 목표”라며 “몇 년 내로 건물 옥상에 태양광 패널 설치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제안하겠다”고 말했다.

프랑스는 2일 태양광과 풍력 발전 확대를 위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건설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보전해주는 내용의 긴급 조치를 발표했다. 독일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건물에는 보조금을 최대 두 배로 지급하는 새로운 에너지 법안을 지난달 통과시켰다.
태양광 시장 ‘프렌드쇼어링’ 강화
태양광 패널 제조 기업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경쟁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현재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은 태양광 패널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의 95%를 점유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려 상당수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가 문을 닫은 미국은 중국 태양광 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이나 원자재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 강제노동 금지법’을 제정하고도 중국 태양광 기업은 예외로 할 정도다. 중국이 공급하는 태양광 패널 소재 폴리실리콘 절반가량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안보 차원에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사활을 건 바이든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관련 제조업체에 600억 달러(약 79조 원)를 지원해 태양광 산업 부활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미 2011년부터 500억 달러(약 65조 원) 이상을 쏟아부어 태양광 산업을 육성한 중국을 겨냥해 미국도 대규모 투자로 태양광 패널 자체 생산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이다.

미국은 반도체 공급망 동맹, 희토류 동맹에 이어 태양광을 비롯한 신재생에너지 공급망에서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가치 공유 우방국 간의 생산 분담)을 강화할 태세를 갖췄다.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장관은 지난달 호주 ‘시드니 에너지 포럼’에서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이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는 기후변화 대응 차원뿐만 아니라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미 태양광 협력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조지아주 돌턴 태양광 모듈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한화큐셀은 1억71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투자해 1.4GW(기가와트) 규모 태양광 모듈 공장을 추가 건설하기로 했다. 한화큐셀의 목표는 미 태양광 모듈 생산시장의 3분의 1을 점유하는 것이다. 지난달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태양광 패널 같은 핵심 제품을 중국에 의존하지 않기 위해 한국을 비롯한 믿을 수 있는 동맹과의 교역관계 및 공급망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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