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청은 서서히 진행… 자꾸 말을 되묻는다면 의심해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난청의 원인과 치료법
되물음은 대표적 난청 전조증상
뇌세포 퇴화시켜 치매도 위험… 신생아는 선별검사로 조기진단
약물-수술-보청기 착용해 치료… 심하면 인공와우이식술 필요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시력이 안좋아지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시력이 안좋아지면 안경을 쓰듯, 청력이 떨어지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희대병원 제공
난청이 발생하면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해 말을 알아듣기 어렵다.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도 경도 난청을 포함해 1000명당 5명이나 된다. 난청은 방치하면 청력이 계속해서 나빠진다. 난청의 원인과 치료법에 대해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진료과장 겸 임상의학연구소 소장)에게 자세히 들어봤다.

―난청 발생의 원인은 무엇인가.

“유전적 원인으로 태어날 때부터 고도 이상의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들이 있다. 후천적인 난청은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30대 후반부터 청각 노화가 시작되고 65세에는 4명당 1명, 85세는 2명당 1명, 95세가 되면 누구나 난청이 생긴다. 그 밖에도 중이염을 앓았거나 외상, 이독성 약물 복용, 대사이상, 면역이상, 골 질환, 종양, 소음 노출 등 다양한 원인이 난청을 일으킨다.”

―난청을 가지고 태어나는 신생아가 생각보다 많아 놀랐다.

“소아 난청은 증상이 외부에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아 부모조차 알아채기가 힘들다. 자신의 의사나 상황을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미취학 아동을 양육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소아 난청 치료의 핵심은 조기진단이다. 선천성 난청이라면 생후 6개월 이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게 좋은데 이 시기에 아이의 난청을 알아채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2018년부터 신생아 난청 선별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신생아가 입원 상태에서 검사를 받으면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므로 태어나자마자 받는 게 가장 좋다. 난청 선별검사를 통과하지 못한 신생아는 정밀 검사를 받게 된다. 선천성 난청으로 진단받았더라도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정상적인 언어 발달이 가능하다.”

―난청이 치매도 일으킨다고 하던데….

“난청이 있으면 타인과 대화가 불가능하거나 대화를 잘 이해하지 못해 사회생활을 기피하게 된다. 이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청각세포와 청각중추의 퇴화뿐만 아니라 다른 연관 뇌세포의 퇴화로도 이어져 치매 발생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난청이 있으면 조기에 난청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난청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청력은 한 번에 손실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된다. 대체로 높은 주파수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다가 점점 낮은 주파수대까지 이어진다. 고주파 청력이 떨어지면 특히 여자 목소리를 알아듣기 어렵다. 텔레비전 소리를 크게 틀게 된다. 하지만 일부 주파수대를 제외하고 나머지 소리는 잘 들리기 때문에 본인이 난청이 있음에도 인지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일상 대화 중 상대방의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하고 되묻는 상황이 반복된다면 난청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되물음은 난청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다. 내이의 압력이 높아지면 난청, 어지럼증, 이명, 귀먹먹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난청은 청력손실이 더 진행되기 전에 치료를 해야 한다. 특히 난청 발견 후 5년이 지나면 뇌세포가 망가지고 이후에는 수술을 해도 효과가 떨어진다.”

―난청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약물과 수술 치료가 있다. 이런 치료가 불가한 경우에는 보청기를 착용한다. 보청기로도 청력 개선을 할 수 없다면 인공와우이식술을 고려한다. 난청은 청력손실 정도에 따라서 청력장애가 구분된다. 청력손실 정도가 0∼25dBHL이면 정상에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26dBHL부터 난청이라 정의한다. 작은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26∼40dBHL의 경도난청은 특별한 청각재활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40dBHL이상 중등도 난청이라면 말소리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되묻거나 거리가 떨어진 사람들과의 대화가 어려워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이때는 보청기 사용이 필요하다.”

―보청기도 종류가 다양하다. 선택의 기준이 있나.

“언어 이해가 거의 불가능한 70dBHL 이상 고도난청의 경우 특수기능이 강화된 보청기가 필요하다. 1세 미만 소아 중에서 소리에 거의 반응이 없는 90dBHL 이상의 양측 심도 난청과 1세 이상의 양측 70dBHL 이상의 고도난청인 경우 보청기로 청각재활을 시작한다. 보청기는 가격보다 본인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장애라는 생각에 꺼리는 환자들도 종종 있는데 시력이 좋지 않으면 안경을 사용하듯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보청기를 착용해야 한다.”

―인공와우 수술은 어떤 환자들이 받게 되나.

“보험급여 기준에 따라 수술 적응증이 달라진다. 1세 미만의 경우 양측 심도(90dB) 이상의 난청으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착용해도 진전이 없는 경우 수술이 가능하다. 1∼19세 미만은 양측 고도(70dB) 이상의 난청환자로 최소한 3개월 이상 보청기를 착용하고 집중 교육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음변별력과 언어능력의 진전이 없는 경우 수술을 받을 수 있다. 19세 이상은 양측 고도(70dB) 이상의 난청환자로 보청기를 착용한 상태에서 단음절에 대한 어음변별력이 50% 이하 또는 문장 언어평가가 50% 이하로 나오는 경우 수술을 한다.”

―수술 후 주의사항이 있나.

“수술 후에는 청각 재활 훈련이 필수다. 수술부위와 합병증 발생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서 언어청각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이에 전극을 삽입한 만큼 외상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인 스포츠는 가능하나 격투기, 레슬링, 권투, 축구 등 과격한 운동은 피해야 한다. 또 수심이 깊은 곳에서의 잠수는 기계에 압박이 가해지므로 조심한다. 그 밖에도 항공기 탑승 시 보안탐색대를 통과할 때 경보가 울릴 수 있어 여행 시 인공와우 이식환자 식별카드를 지참하는 것이 좋다. 항공기 이착륙 시 휴대용 전자기기를 끄게 돼 있어 음향처리기 리모컨의 전원은 꺼둬야 하는데 기내에서도 항공사 직원에게 미리 알려주면 기타 안전수칙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시에는 자석이 있는 내부이식 기계가 MRI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만큼 의료진에 인공와우수술 이력을 꼭 알려야 한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난청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