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천년의 제국 거느린 가문의 흥망성쇠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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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마틴 래디 지음·박수철 옮김/580쪽·3만 원·까치

유럽에서 탑이 4개인 성채는 세력이 강한 제후나 귀족이 소유할 수 있었다. 이 양식은 멕시코에도 건너가 4개 탑의 요새는 총독의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16세기 무렵 등장한 4개 탑의 성채는 본래 합스부르크 가문의 위세를 드러내는 여러 상징 중 하나였다.

15, 16세기 전성기의 스페인 제국과 900년 가까이 이어진 신성로마제국을 지배한 가문은 합스부르크 왕가였다. 저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1000년 역사를 29개 주제로 엮어 자세히 정리했다.

기록에 따르면 최초 합스부르크 가문은 10세기 말 알자스(프랑스와 독일 국경 지대)와 아르가우(스위스 북부 지방) 일대에 살았다. 왕을 배출하지 못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13세기에 들어서야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 올랐고, 이후 명망 있는 가문과의 결혼을 통해 세력을 넓혀 나갔다. 신성로마제국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스페인-포르투갈 왕국, 대만 등 극동아시아와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합스부르크 왕가는 영국보다 먼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를 건설했다.

결혼으로 권세를 확장했던 합스부르크 왕가가 몰락한 계기는 공교롭게도 혈통이었다. 혈통을 지키기 위해 근친혼을 하면서 유전병과 각종 질환에 시달렸다. 1450년부터 1750년까지 스페인계 합스부르크 가문과 중앙 유럽계 합스부르크 가문이 맺은 혼인은 총 73건이었다. 이 중 15건은 사촌 이내, 12건은 육촌 이내에서 맺은 혼인이었다.

너무 가까운 친척끼리의 결혼으로 나타난 부작용은 주걱턱과 정신병 등이었다.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카를로스 2세는 지적장애를 앓고 있었고 콩팥과 고환이 각각 하나밖에 없었다. 자식이 없었던 카를로스 2세는 39세에 세상을 떠났다. 이후 스페인 국왕은 합스부르크 왕조의 라이벌 가문이었던 부르봉 왕조가 차지하게 된다. 이후 1914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위 계승자인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가 암살당하고 이 사건이 제1차 세계대전을 촉발하면서 합스부르크 왕가는 권세를 잃는다.

저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흥망성쇠를 사랑과 전쟁, 정치와 종교 등 다양한 주제로 다루면서 빈 자연사박물관 등 합스부르크 왕조가 남긴 방대한 문화적 유산도 소개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흥망성쇠사#함스부르크#정치와 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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