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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위기의식 없는 대통령의 ‘건희사랑’ 문제

입력 2022-07-07 00:00업데이트 2022-07-0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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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지지율-국정동력 같이 움직여
‘대통령 부인 리스크’ 정말 모르나
팬클럽 해체하고 특별감찰관 임명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에 올라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성남=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지지율에 목매지 않는 대통령은 대범하다.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른 것을 ‘데드 크로스’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6주 만에 이걸 맞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하다(리얼미터 조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 후 첫 출근을 한 4일 윤 대통령은 “별로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대통령은 “속도감 있게 일하자”고 독려했다. 5일 국무회의에선 “앞으로 직접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고 밝혔다. 고물가·고금리·고유가·고환율…국민의 비명은 들은 모양이지만 상명하복에 익숙한 검찰 출신 대통령은 모를 것이다. 데드 크로스 대통령 아래선 국정동력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을.

우선 영(令)이 안 선다. 국민이 받쳐주지 않는다는 걸 공무원들도 알기 때문이다. 2번 찍은 국민은 손가락을 자르거나 이민 또는 정신적 망명을 기도한다. 대통령이 지지율에 연연해도 안 되지만 대범해선 안 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42%) 이유로 인사가 첫손(18%)에 꼽힌 건 차라리 다행이다(6월 28∼30일). 취임 8주 차 문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인사에 대한 평가가 더 부정적이었다(각각 42%, 44%).

윤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건 어떤 대통령에게도 나오지 않았던 ‘경제·민생을 살피지 않는다’는 응답이 두 번째로 꼽혔다는 사실이다(10%). 그 전주엔 윤 대통령이 부인과 빵이나 사러 다닌다는 식의 ‘직무태도’가 7%나 지적됐다. 심지어 어느 대통령 때도 거론되지 않던 ‘대통령 부인의 행보’가 부정평가 이유로 2%가 나온 점을 무겁게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휴일이었다지만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강아지 안고 찍은 사진을 팬클럽 ‘건희사랑’에 보내 올렸다. 봉하마을에 민간인을 동반했는데도 윤 대통령은 “대통령 처음 해봐서…”라며 싸고돌았다. 이런 모습이 안이한 직무태도로, 민생을 살피지 않는 부정평가로 연결되는 거다.

더구나 스페인 나토 방문에 대통령 부부와 오랜 인연이 있는 대통령인사비서관 부인이 동행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 여사를 수행한 게 아니라 김 여사 일정을 기획한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해명이다. 그런 식이면, 박 전 대통령 때 비선실세 최서원도 오랜 인연으로 자원봉사 했을 뿐이다.

취임 두 달도 안 된 대통령이 국정 동력을 잃으면 나라와 국민만 불행해진다. 윤 대통령이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듯, 지금은 ‘부인 리스크’로 시간 낭비할 수도 없는 엄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데드 크로스에서 벗어나는 길은 첫째, 박근혜 정부처럼 북한 도발을 한 방 맞는 거다. 이는 누구도 원치 않는다. 두 번째는 문 정권처럼 적폐청산에 매진하는 것이다. 문 정권이 덮은 비리만 철저한 수사로 밝혀내도 본전은 회복할 수 있다.

이보다는 윤 대통령이 ‘건희사랑’ 팬클럽 회원 아닌 대통령다운 모습으로 지지율을 올려주기 바란다. 우리에게는 친인척 비리로 비극적 끝을 본 대통령사(史)가 있다. 김 여사의 활동을 순하게만 봐줄 수 없는 이유다. 더구나 김 여사는 부풀린 학력을 사과하며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내가 정권을 잡으면 가만 안 둘 것”이라는 김 여사의 녹취 음성이 공개된 적도 있는데 ‘건희사랑’ 팬클럽 회장은 친목 모임도 아닌 정치적 결사체라는 위험한 발언까지 날렸다.

김 여사는 대통령 국정에 도움 될 수 없는 자신의 팬클럽과 단호히 선을 그어야 한다. 국민의힘 의원 부인들에게 “봉사 모임을 만들면 나도 돕겠다”고 한 것도 취소했으면 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전 약속한 대로 특별감찰관을 속히 임명해야 할 것이다. 용산 대통령실 2층과 5층의 대통령 집무실을 윤 대통령은 오가며 근무한다는데 김 여사에게 외빈 접객 행사가 있을 경우 대통령 집무실을 번갈아 쓴다는 것도 해괴하다. 이런 참모진이라면, 설령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똬리를 튼다 해도 누가 감히 직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24년까지 여소야대 국회다. “내 몸에 민주당 피가 흐른다”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임기 내 국민 의사에 반(反)하는 개헌을 할 수도 있고,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패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수도 있다. 자유우파 정부가 이대로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 대통령은 위기의식을 갖고 지지율 회복에 나서야만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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