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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IT/의학

흩어진 진료 기록 모아 필요할 때마다 제공… ‘건강정보 고속도로’ 깔린다

입력 2022-06-23 03:00업데이트 2022-06-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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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마이데이터’ 사업 추진
응급 상황 빠른 대처 가능하고
병원 옮길 때 행정 절차 간소화
과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았던 A 씨가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은 채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이송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지금은 보호자가 과거 수술 이력을 알려주기 전까지 의료진이 A 씨 상태를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의료진이 A 씨의 과거 진료 이력을 미리 확인해 응급진료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부터 혈액투석 등 사전 치료 준비를 할 수 있다.

정부는 이처럼 산재된 의료 데이터를 통합하고 ‘마이 헬스웨이 플랫폼’을 통해 제공하는 의료 분야 ‘마이데이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과 병원 등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건강 정보를 한곳에 모아 원하는 대상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선 “건강 정보 고속도로가 깔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영진 보건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팀장은 “의료 정보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의료 데이터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료계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환자 불편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비서울권 병원으로 유일하게 마이데이터 사업 시범 운영에 참여한 부산대병원 사례가 대표적이다.

먼저 진료행정 업무가 간소화됐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가 백내장이 의심돼 부산대병원 안과에 가려면 지금은 기존 병원에서 진료 기록 사본을 발급받은 후 부산대병원에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마이데이터 사업 운영 이후엔 사본 발급 없이 진료 기록이 온라인으로 공유되면서 환자 불편이 크게 줄었다.

환자의 진료 연속성도 크게 개선됐다. 1, 2차 협력 의료기관의 진료 정보가 모두 부산대병원에 제공되면서 진료 효율성이 높아졌다. 과거 이력을 확인하며 투약이 이뤄져 정밀 의료가 가능해졌다.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동네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환자 진료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운영되는 ‘나의건강기록’ 애플리케이션 메인 화면. 지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4대 공공기관 건강 데이터만 제공된다. 앞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 어느 의료기관에서 어떤 진료를 받았는지 등 맞춤형 의료 정보가 제공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건복지부 제공
부산대병원의 정성운 병원장 직무대행(사진)은 “동네 병원의 진료 데이터가 대학병원으로 자동 연계돼 진료의 연속성이 확보되면서 환자들도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며 “만성질환자, 암 환자가 갑자기 위독한 상황에 처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해야 할 때 특히 큰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앞으로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더 많은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술 후 재활병원에 다니는 고령 환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자녀들이 실시간 진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모바일 문진 시스템에 입력하면 근처 정부 평가 우수 병원이나 진료과를 추천하는 시스템이 도입될 수도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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