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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가상화폐 안정성 높일 평가-감독기관 시급[기고/전인태]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입력 2022-06-14 03:00업데이트 2022-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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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이 개발된 후 많은 사람들이 “내재 가치가 없다”며 논쟁을 벌일 때 비트코인이 홍길동이 꿈꾸던 율도국을 향한 이정표임을 알아차린 사람은 캐나다의 고등학생이던 비탈릭 부테린이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을 개발해 율도국으로 향하는 문을 열었다.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을 여러 사람들이 공유해 위변조를 막는 분산원장이라는 방법을 제시했다. 이더리움은 더 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램 자체를 공유함으로써 컴퓨터로 실행하는 모든 과정에서 위변조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세상의 문을 열었다. 이더리움 기술을 활용하면 온라인상에서 조작이 불가능한 투표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또 자판기처럼 프로그램만으로 돌아가는 ‘탈중앙화된 자율조직(DAO)’으로 구성된 회사를 세울 수도 있다.

DAO에서는 소비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난다. 이 때문에 중간에서 이익을 착복하는 탐관오리가 발붙일 곳이 없다. DAO의 의사 결정은 참여자들의 투표로 이루어지므로 사장도 없다. 차별이나 탐관오리가 없고 모든 백성이 행복한 홍길동이 꿈꾸던 율도국이다.

율도국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각종 사기꾼들이 생겨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사기꾼을 걸러내려면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국가에서 공인하는 복수의 평가기관을 설립하고 디지털 자산을 치밀하게 분석,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 평가만 이루어진다면 사기꾼도 줄고 한국의 블록체인 수준이 높아져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디지털자산의 또 다른 문제는 불법자금 세탁에 활용되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3월 ‘트래블룰’이 시행됐다. 트래블룰은 한 거래소에서 다른 거래소로 디지털자산을 보낼 때 송수신인의 신원 정보를 기록하는 것이다.

하지만 트래블룰을 위해 개발된 솔루션이 거래소별로 통일되지 않아 앞으로 해외까지 확대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끼리 그물망처럼 연결돼야 하므로 중복 투자에 따른 비용도 많고 확장 가능성도 낮다.

이러한 문제점은 중간에서 허브 역할을 하는 기관을 만들어 해결할 수 있다. 개별 거래소가 허브에 연결을 하면 허브를 통해 원하는 거래소로 연결되는 시스템이다. 간결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감독하기도 용이하다. 해외 거래소들도 허브에만 연결하면 세계의 어떤 거래소들과도 손쉽게 연결되도록 할 수 있으므로 한국이 국제 트래블룰 체계의 중심으로 도약할 수 있다. 잘못 끼운 단추는 빨리 고쳐 끼우는 것이 좋다.

정부는 디지털자산 산업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디지털자산 산업의 중요성을 빨리 깨닫고 미래 먹거리를 찾아 율도국으로 떠나는 젊은이들이 타고 갈 배가 안전한지 점검도 해주고 항로와 방향도 살펴주길 당부한다.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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