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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새 정부, 패거리 정치에 정책 이용한 文정부 실패 반복 안돼” [인터뷰]

입력 2022-04-27 03:00업데이트 2022-04-2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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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숙 前 국회의원
윤희숙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25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새 정부의 부동산 등 경제정책과 연금개혁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오늘은 BTS 병역과 인플레이션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25일 오후 7시 윤희숙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스튜디오로 꾸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사무실에서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자 댓글들이 주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에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그래프와 도표를 보여주며 1시간 반 가까이 단독으로 방송을 끌어가는 윤 전 의원은 베테랑 유튜버처럼 보였다.

부친의 땅 투기 의혹에 책임을 지겠다며 국회의원직을 던진 지 8개월. 그는 이제 동영상을 만들고 책을 쓰고 강연을 다닌다. 시각이 다양해지고 관점이 넓어졌다고 자평한다. 그만큼 현안 비판은 더 매서워졌다. ‘포퓰리즘 파이터’ ‘정책 저격수’로 불려온 그다. 그런 윤 전 의원이 보는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은 어떨까.

그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에서의 무리한 정책 시행으로 많은 문제들이 생겼다”면서도 “기계적으로 되돌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도 하기 전부터 일각에서 ‘문 정부 정책만 아니면 된다’(ABM·Anything But Moon)는 말이 나오는 것을 의식한 듯했다. 그는 “경제, 사회 상황이 그에 맞춰 변해 온 만큼 ‘지금 단계에서의 최선’을 찾아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새 정부도 결국 또 다른 탈레반이 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해야”

―유튜브 방송 같은 대외 활동이 활발해지는 것 같다.

“윤희숙TV는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시작했는데 당시 ‘여의도의 기적’이라고 불렸다. 이렇게 재미없는 TV가 어떻게 1년 만에 구독자 수를 10만 명으로 늘렸냐는 거다(웃음). 여의도를 떠난 이후에는 오히려 더 넓어진 소통의 기회가 됐다. 날것 그대로의 댓글도 많이 받는다.”

―부친의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됐을 때 ‘책임정치’와 ‘공정’을 이야기하며 국회의원직을 던졌다. 새 정부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은 어떻게 보나.

“결국 메시지의 문제다. 당시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죽더라도 그 방법으로 내가 던져온 메시지들을 살릴 수 있다고 봤다. 지금도 그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다. 위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스스로 절제하는 부분이 있어야 된다. 그런 게 별로 없어 보이는 몇 분이 계신다. 공인에게는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하며, 그 사회적 기준은 더 명확해야 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사람을 찾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나 하는 반성 또한 있어야 한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변화 감안해 ‘현재의 최선’을”

―정책적 측면에서도 공정의 가치가 흔들린 사례가 적잖았다. 특히 경제, 노동 정책에서 새 정부가 대대적인 방향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 편’을 챙기려는 패거리 정치를 위해서 정책을 써먹었다는 것이다. 정치적 자원화를 위해 정책 비틀기를 했다. 욕먹을 짓이다. 새 정부는 이런 마인드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다만 잘못된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보다 지금 단계에서의 최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상황이 변했고 국민의 삶도 바뀐 측면이 있다. 주 52시간만 해도 화이트칼라들은 좋아한다. 관건은 제도를 어떻게 유연하고 실용적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정책은 더 이상 추진되지 않을까.

“어느 사회나 비정규직도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말조차 꺼내기 어려웠다는 것 자체가 이 정책이 얼마나 정치화돼 있는지를 보여준다. ‘다 정규직 시켜 줄게’ 식의 접근은 결과적으로 정규직으로의 이동 통로를 끊어버리게 된다. 정규직 고용 시 부담이 크니까 기업들이 차라리 기계를 써버리는 거지. ‘정규직화의 역설’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결과다. 물론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비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큰 것은 문제다. 이 격차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게 관건이다.”

―부동산 분야는 어떤가. 정권 교체의 원인이 될 만큼 파장이 큰 정책인데….

“국민들이 정말 화났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패 자체라기보다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정책을 나쁜 의도로 썼다는 것이었다. 왜 부동산 데이터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수단으로 써먹었느냐는 거다. 그렇다고 이를 전부 되돌리기만 하는 것 또한 능사가 아니다. 그것은 새 정부마저 또 다른 탈레반이 돼버리는 결과다. 금리가 오르고 있고, 시장도 그때와는 달라졌다. 중요한 건 지금의 상황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는 것. 장기적인 공급 계획에 대해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이후 숨고르기를 하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윤희숙 전 의원은 2020년 7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신청해 이날 정부·여당이 밀어붙여 통과시킨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뉴시스


―코로나19 여파에 글로벌 인플레이션까지 심해지고 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모두가 굉장히 어려운 시기다. 돈이 전 세계적으로 많이 풀렸고, 공급망이 엉망이 됐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터졌다. 이럴 때에는 위기를 버텨줄 경제 체질이 중요한데 이게 문재인 정부에서 너무 나빠졌다. 상황을 뚫고 나가려면 굉장히 유능한 정책 그룹이 필요하다. 또 공약에서 지금 당장 급하지 않은 것은 미뤄야 한다. 소요 재원이 300조 원대에 가까운 공약을 지금 다 이행할 수 없다는 것을 국민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새 정부는 핵심 정책 중 하나로 연금 개혁을 내걸었다. 임기 내에 가능할까.

“연금 재정은 구멍 날 정도로 방만하게 운영돼 왔기 때문에 이제는 반대로 조이는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좋아할 수가 없는 개혁이다. 그럼에도 왜 해야 하는지, 안 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게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처럼 ‘국민들이 싫어하니까 (논의) 끝’이라는 식으로는 영원히 못 한다. 소득 대체율이나 보험료, 연금개시 연령 같은 숫자는 결국 테크니컬(기술적)한 이야기다. 공감대가 이뤄지고 나면 이후부터는 전문가들이 그 원칙을 구현하는 방식으로 계산해내면 된다. 숫자 계산은 금방이다.”

―강한 저항이 예상된다. 과거 시도들이 정치에 발목 잡히는 사례도 많지 않았나.

“‘천천히 서두른다’는 말이 있다. 시급하지만 사람들에게 소화할 시간을 줘야 한다. 전문가와 언론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중요하다. 국정추진 동력이 센 정권 초반에 시작해도 3년은 걸릴 거다. 세대 간 갈등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이런 제도가 무너짐으로써 사회 응집력이 받게 될 상처 자체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국회 움직임은 어떻게 보는지. ‘검수완박’ 법안을 놓고 여야 모두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적 방법을 이용해 사적인 이익을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망가졌는지를 보여준다. (국회의원) 본인 또는 특정인을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사안을 무리하게 밀어붙이는 게 아닌가. 솔직히 ‘검수완박’ 입법 과정에서 우리 정치의 가장 암적인 존재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했다. 문제의 여러 급 중에서도 가장 밑바닥 급에 있는 사람들이 검은 먼지처럼 뭉쳐서 드러날 때 빗자루로 쓸어버리듯 털어내면 우리 정치가 조금은 좋아지지 않을까 했던 거다. 그런데 그 기대를 국민의힘이 (중재안 합의로) 날려버렸다. 이 먼지들이 휙 흩어져 버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윤희숙 전 의원이 2020년 12월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법 전부 개정법률안에 대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책전문가 아닌 정치인’ 각성”


―새 정부의 총리, 부총리 등 요직에 관료 출신들이 임명됐다. 관료 출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관료의 특성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이들 중에도 진취적인 분들이 있다. 이런 진취적인 인사들을 관료적 시스템에다 갖다 놓으면 관료처럼 돼버리는 게 문제다. 핵심은 이들이 활동할 시스템의 운영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약속대로 청와대 중심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절제시키고, 각 부처 장관이 소신껏 비전을 펼칠 수 있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윤 전 의원은 윤 당선인이 지난해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가장 먼저 접촉한 정책 전문가였다. 대선 캠프에 합류해 정책 구상에 힘을 보탠 그를 놓고 항간에서는 입각설이 돌기도 했지만, 정작 윤 전 의원은 인수위나 내각 명단 어디에도 아직까지 이름이 없다. “쓴소리를 너무 많이 했기 때문 아니냐”는 질문에 그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정치라는 것을 국회나 행정부에 입각해서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나 스스로 이제는 정책 전문가가 아닌 정치인이라는 각성을 오히려 국회를 떠나면서 하게 됐다”며 “한국 정치의 대안을 보여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나만의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희숙 전 미래통합당 의원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거쳐 제21대 국회의원(서울 서초갑)에 당선됐다. 2020년 임대차 3법의 국회 통과 직후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연설’을 통해 문제점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문제점을 짚은 책 ‘정책의 배신’에 이어 ‘정치의 배신’을 썼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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