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동포들, 광주고려인마을에 ‘둥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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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까지 300여명 동포 입국 예상
지난달부터 후원금 2억원 모금
정착 위해 임대보증금-임차료 지원
돌봄프로그램-무료진료 등 병행

광주고려인마을은 광주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조기적응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긴급돌봄 프로그램에는 한국어 교육, 사회문화 교육 등이 포함됐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광주고려인마을은 광주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조기적응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긴급돌봄 프로그램에는 한국어 교육, 사회문화 교육 등이 포함됐다. 광주고려인마을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고려인 동포들이 광주시민들의 도움으로 입국해 둥지를 틀고 있다.

24일 광주고려인마을에 따르면 최마르크 군(13), 남아니따 양(10) 등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난민이 된 고려인 167명이 시민 성금으로 마련한 한국행 항공권으로 지난달 입국했다. 우크라이나 고려인들은 러시아가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삶의 터전을 버리고 탈출했다. 인접국가인 헝가리,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등으로 피란을 가 난민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우크라이나 인접국에서 한국행 항공권을 기다리는 난민 동포는 493명이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시민 후원 등을 통해 한국행을 희망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동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신조야 광주고려인마을 대표는 “다음 달까지 입국하는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동포가 300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광주고려인마을은 지난달부터 이들의 국내 귀환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까지 모금한 성금은 2억1742만 원이다. 후원 금액은 1만 원에서 3500만 원까지 다양하다. 교육계와 자치단체 공무원, 교회 등이 후원에 적극적이다.

최근에는 익명의 노부부가 광주고려인마을을 찾아 20kg들이 쌀 100포대와 이불세트 20개를 전달했다. 노부부는 고려인 난민 동포들의 귀국 소식을 듣고 돕고 싶다는 마음에 찾아왔다고 한다.

한국에 입국한 뒤 광주고려인마을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난민 고려인동포는 현재 140여 명이다. 광주고려인마을은 고려인 난민 동포들의 정착을 돕기 위해 15가정에 원룸 임대보증금 200만 원과 두 달 치 임차료를 지원해줬다.

고려인 난민 동포 자녀 40여 명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 사회문화교육 등 긴급 돌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미술, 피아노·방송·댄스·현장체험도 한다.

한국어 교육은 매주 월, 화, 목요일에 1시간 반 동안 진행된다. 긴급 돌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남아니따 양은 다음 달 초 인근 초등학교에 입학할 예정이다.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는 고려인 난민 동포들을 위한 무료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 고려인광주진료소는 19일 전쟁 스트레스 등으로 질병을 앓고 있는 고려인 난민 동포들을 치료했다. 김나탈리 씨는 “딸이 전쟁 전에는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지만 방공호 대피 때 폭음에 완전히 청력을 상실했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고려인 난민 동포 가운데 어른들은 신분증 발급이 끝나야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고려인 난민 동포 가운데 신분증이 발급된 인원은 현재 서너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인화 광주고려인마을 상임이사(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는 “전쟁의 화마를 피해 광주에 정착한 고려인 난민 동포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 동포#광주고려인마을#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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