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잡자”…호텔 업계에 부는 ‘아트 마케팅’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7일 14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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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에 아트(art) 마케팅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호텔 핵심 고객이자 미술품, 전시회에 열광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고 럭셔리한 브랜드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서다.
●‘호텔 고객=미술 향유층=MZ세대’ 공식
롯데호텔이 운영하는 L7 홍대는 국내 팝아티스트 ‘미미’의 작품 30여 점을 전시 중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찍어 올리기 좋은 대형 캐릭터 설치물부터 회화, 믹스미디어까지 다양한 작품을 로비에서 선보인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개방형 전시다. 관람료는 무료다. 23일 오후 5시에 방문하면 작가와 만나 이야기도 나눠볼 수 있다.

유명 미술관과 직접 제휴를 맺기도 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플라자 호텔은 MZ세대 핫플이자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립현대미술관과 협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의 경우 호텔 정문에서 횡단보도 하나만 건너면 도착하고, 서울관은 산책 30분이면 닿는 거리다. 객실 숙박은 물론 전시 2인 초대권과 미술관 에코백, 호텔 한정판 키링 등 굿즈까지 준다.

이는 호텔업계 핵심 고객층과 ‘미술 향유층’이 MZ세대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 예약이 급감한 대신 2030대 호캉스(호텔+바캉스)족이 그 자리를 채웠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2년 새 객실은 물론 식음료, 스파 등 부대시설까지 이용 연령대가 어려졌다”며 “전시회가 ‘인스타그래머블’한 소재가 되고 젊은층의 미술품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수요층이 일치하게 됐다”고 말했다. 호텔롯데 관계자는 “MZ세대 고객을 겨냥해 통통 튀는 루키 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실제 아트마케팅은 젊은 고객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다. 플라자호텔의 국립현대미술관 패키지는 현재 호텔에서 판매되는 10여 개 패키지 상품 중 판매량 상위 3개 안에 든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과거 투숙객 80%가 비즈니스 고객이었던 것과 달리 지금은 2030대 고객이 70%를 차지한다”며 “젊은 고객 비중이 높은 만큼 미술관 연계 패키지에 대한 호응이 크다”고 말했다.
●작품구매 공간까지 갖추며 호텔 ‘우아함’ 강조
갤러리·아트페어 오픈런 등 아트테크에 대한 MZ세대 관심도가 높아지자 호텔은 작품 판매 공간으로 거듭나기도 한다. 작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구매까지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은 서울옥션이 운영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와 협력해 부지 내 아트 컬렉션 전시·판매 공간을 운영 중이다. 연 5~6회 장흥 가나아트센터 소속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전시장 옆 아트샵에서는 인테리어 소품, 식기 등 아트 상품도 판매한다. 워커힐 관계자는 “그랜드 워커힐 서울과 비교할 때 20~40대 고객 비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 MZ세대 미술품 수집가들이 좋아할 만한 작가, 작품들 위주로 선정한다”고 말했다.

아트마케팅은 호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아트마케팅의 ‘원조’ 격인 백화점들은 과거 전 세계적인 작품을 외부 조형물로 설치하거나 VIP 전용 라운지에 전시함으로써 럭셔리 이미지를 차별화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술품을 관람하고 구매하는 행위가 ‘우아한 라이프스타일’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호텔 브랜드를 더욱 고급스럽게 보여줄 수 있다”며 “작가나 갤러리를 섭외하는 비용도 다른 마케팅 수단대비 저렴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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