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53%-무 270%’ 수입산까지 가격 급등… 밥상 물가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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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축수산물發 물가 인상 가속

올해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1.7% 오르면서 3개월째 30%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당분간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야채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올해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31.7% 오르면서 3개월째 30% 이상 상승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당분간 물가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한 재래시장에서 시민들이 야채를 구매하고 있다. 뉴스1
직장인 김모 씨(38)는 지난주 마트에 들러 아이들이 좋아하는 샤부샤부용 냉동 소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으려다가 제자리에 내려놨다. 지난해 말쯤 1만5000원 하던 한 팩(1kg)이 4개월 만에 2만5000원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원래 두 팩을 사려 했던 김 씨는 한 팩만 사는 대신 버섯, 야채와 국수를 더 많이 사서 양을 채웠다. 김 씨는 “물가가 올랐다는 게 실감 난다”라며 “한우보다 저렴한 수입 소고기마저 가격이 뛰어 고기 먹기가 쉽지 않다”라고 했다.

애그플레이션(농산물발 가격 상승)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국내산보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던 수입 농산물은 물론이고 축산, 수산물까지 가격이 뛰면서 서민 경제가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올해 국내 물가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4%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 무 수입 가격 270%, 낙지 184% 상승

4일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12.6(2015년 100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7% 올랐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도 각각 33.5%, 31.5% 뛰면서 3개월 연속 30% 이상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27개 품목 중 원두(―4.4%)와 멥쌀(―36.9%)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수입 가격이 올랐다. 무 수입 가격은 전년 대비 270.6%, 생두는 68.1%, 당근은 61.8%, 양파는 57.3% 올랐다. 축산물 중 냉동 소고기는 53.3%, 냉장 소고기는 47.7% 뛰었다. 수산물 중에는 낙지(신선) 수입 가격이 전년 대비 184.6%, 대구(냉동)는 69.4% 올랐다.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이 급등하는 이유는 기후변화 등으로 생산량이 줄거나 물류난에 수입 국가가 바뀌며 물류비용 상승 효과가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입 가격이 270% 이상 오른 무는 중국 내의 생산량 감소와 이에 따른 가격 인상 영향을 받았다.

원화 약세 역시 수입 가격 오름세를 키우고 있다. 2월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원화 기준으로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1.7% 올랐지만, 달러 기준 상승률은 22.0%였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소비자가 부담하는 수입 가격이 달러화 기준보다 더 오른 것이다.
○ “물가, 10년 만에 4% 돌파 가능성 커”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수입 농축수산물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소비자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2%로 올라선 뒤 5개월째 3%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원자재 값이 고공행진 중이라 조만간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권영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인수위 4차 전체회의에서 “최근 5개월 동안 전년 같은 달 대비 3%대 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10년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돌파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고 했다. 권 부위원장은 “빵집, 분식점 등이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지고 연쇄적인 물가 상승 우려도 있다”며 “물가 안정과 서민 피해 최소화를 위해 범부처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이달 1일 기자들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묻자 “상반기(1∼6월)의 경우 부득이하게 한은의 예상(3.1%)보다 높아질 것 같고, 하반기 상승률은 정말 모르겠다”고 답했다.

정부와 인수위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지만 물가 상승은 세계적 현상인 만큼 정부의 대책이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와 대러 제재의 경제적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우려되며 높은 인플레이션까지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세종=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소비자물가 상승#원자재값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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