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인사이트] 미래 비행기의 주요 동력원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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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3월 10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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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mobility). 최근 몇 년간 많이 들려오는 단어입니다. 한국어로 해석해보자면, ‘이동성’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그런데 말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자동차도 모빌리티, 킥보드도 모빌리티, 심지어 드론도 모빌리티라고 말합니다. 대체 기준이 뭘까요? 무슨 뜻인지조차 헷갈리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몇 년간 세계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스타 벤처 중 상당수는 모빌리티 기업이었습니다.

‘마치 유행어처럼 여기저기에서 쓰이고 있지만 도대체 무슨 뜻인지, 어디부터 어디까지 모빌리티라고 부르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라는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통해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과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차량호출 서비스부터 아직은 낯선 ‘마이크로 모빌리티’, ‘MaaS’, 모빌리티 산업의 꽃이라는 ‘자율 주행’ 등 모빌리티 인사이트가 국내외 사례 취합 분석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하나씩 알려 드립니다.

언젠가 이루고 싶은 여러분의 버킷리스트는 무엇인가요?

사람들은 안락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 각자만의 방식으로 노력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기보다 지금 당장의 행복을 위하는 ‘욜로족(YOLO, You Only Live Once)’, 늦어도 40대 초반에는 조기 은퇴하기 위해 20대부터 극단적으로 소비를 지양하고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파이어족(FIRE, Finance Independence, Retire Early)’, 100세 시대를 맞아 은퇴 후 인생 이모작을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자기만의 삶을 살아가죠.

내용은 각자 다르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행복 추구’입니다. 각자의 행복은 ‘은퇴 후 사업구상 및 창업’, ‘직업 전환’, ‘귀농’, ‘여가 활동’ 등 여러 의미로 나뉠 수 있겠지만, 죽기 전 꼭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것들을 정리한 ‘버킷리스트’에는 많은 사람이 ‘해외여행’을 손꼽죠.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해외여행…. 코로나19 장기화 이후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네요. 요즘은 국내여행도 조심스럽잖아요.

네, 맞습니다. 코로나19로 닫힌 하늘길은 어느새 2년째 이어지고 있는데요. 해외를 방문하기 위한 절차는 엄청나게 까다로워졌죠. 안전을 이유로 여행하고자 하는 나라로의 출국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씩 상황은 나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무격리 입국 및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협약을 마련하는 등 점진적으로 하늘길이 열릴 조짐을 보이고 있죠.

출처 : 여기어때
출처 : 여기어때

실제로 한 업체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사람들이 가장 하고 싶은 활동으로 ‘자유로운 여행’을 꼽았는데요. 해외여행을 떠나겠다는 응답은 56.4%로, 일상 회복 이후 제약 없는 여행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코로나19 이후 여행사 폐업 사태, 항공사 직원 감축 등이 있었잖아요? 하루빨리 지금의 상황이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다양한 산업에서 피해가 발생했죠. 특히, 여행업계는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전세계가 주목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글로벌 환경 문제인데요. 방역과 위생을 위해 사용하는 일회용품 폭증으로 폐기물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줄어든 사람들의 이동으로 탄소배출 감소 덕분에 오히려 대기의 질은 좋아졌다는 웃지 못할 결과가 나타났죠.

2016년 발효된 파리협정 이후 121개 국가가 ‘2050 탄소중립 목표 기후동맹’에 가입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글로벌 규제 강화로 전 산업군에서 탄소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죠. 탄소중립은 향후 사업의 지속가능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자동차 업계는 친환경자동차 전환 전략을 필두로 미래 전략을 재설계하고 있고, 철강/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 업계는 탄소배출 감축을 목표로 수소환원제철, 바이오플라스틱 등 코크스와 납사를 대체할 수 있는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죠. 이렇듯 전 산업에서 지속가능 탄소중립 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이와 함께 항공 업계도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출처: 필자 제공
출처: 필자 제공

자동차의 탄소배출 심각성은 잘 알고 있지만, 비행기는 자주 이용하지 않아서 그런지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해외 출장이 잦지 않다면, 비행기를 일상적인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국토는 비행기를 타야 할 만큼 넓지 않고, 자동차나 기차로도 충분히 일일생활권을 누릴 수 있으니까요.

아래 표는 교통수단 별 탄소배출량을 조사한 수치입니다. 유럽환경청(EEA, The Europe Environment Agency)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자동차 등 도로 교통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71.7%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죠. 하지만, 증가 비율을 살펴보죠. 국제선 항공편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1990년 대비 약 2배(+129%) 이상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해상 교통과 도로 교통의 증가 비율은 각각 32%, 23%에 불과했죠.

출처: 유럽환경청
출처: 유럽환경청

또한, 승객 1인당 1km를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기차 14g, 자동차 158g, 비행기 285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출처: 유럽환경청
출처: 유럽환경청

비행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 상당하네요.

그렇습니다. 비행기 탄소배출량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항공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다양하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친환경 비행기를 개발하고 있죠.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비행기를 개발하고, 노선에 투입하고자 노력하죠. 하지만, 전기 배터리를 사용하는 비행기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배터리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죠. 비행기는 무게에 민감한 이동수단입니다. 무거울수록 날기가 어렵기 때문인데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전기 대신 수소를 주목하고 있습다. 리튬이온전지를 수소 연료전지로 대체해 배터리를 제작해 무게를 줄이겠다는 것이죠.

글로벌 비행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수소 비행기가 향후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으로 평가합니다. 지난 2020년 9월 탄소배출량 ‘0’를 목표로 2035년까지 수소 비행기 개발을 골자로 하는 ‘ZEROe(ZERO emission)’ 전략을 발표했죠. 또한, 지난 2월 미국의 비행기 엔진 제조사 CFM과 함께 수소 연소 엔진 개발을 발표했습니다. 대형 여객선 A380로 테스트한다고 전했죠.

출처: 에어버스
출처: 에어버스

수소 비행기의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에어버스의 최대 경쟁사인 미국의 비행기 제조사 보잉인데요. 수소 비행기는 2035년까지 상용화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현재 동물성/식물성 기름, 해조류, 도시 폐기물 가스 등으로 제조한 ‘지속가능항공연료(SAF, Sustainable Aviation Fuel)’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수소 이외의 새로운 동력원을 사용하는 비행기도 개발한다는 의미죠.

그럼에도 수소 비행기를 바라보는 시장 전망은 대체적으로 밝은 편입니다. 여러 비행기 엔진 제조사가 수소 엔진 개발에 관심을 보이며 연구하고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 ‘Allied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수소 비행기 시장 규모는 2030년 237억 1,000만 달러(한화 약 29조 3,411억 원)로, 2040년 1,445억 3,000만 달러(한화 약 178조 8,558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2030년부터 2040년까지 20.5%의 연평균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죠.

비행기 제조사 외에도 수소 비행기를 개발하는 기업이 있을까요?

수소 비행기 개발에는 막대한 자금과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진입장벽도 높은 편이죠. 그런데 지난 2020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와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ZeroAvia’가 상용 수소 비행기 시험을 성황리에 마쳐 업계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ZeroAvia는 2017년 설립한 스타트업으로, 비행 시험 당시 6인승 수소 비행기로 약 10분 간 비행하는데 성공했죠. 기존의 내연기관 비행 모터를 수소 기반 비행 모터로 대체해 친환경 비행기의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것입니다.

당시 ZeroAvia는 3년 이내 20석 규모의 비행기를 개발하고, 10년 이내 100석 규모의 비행기를, 2040년까지 200석 이상의 비행기를 개발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요. 지난 2021년 11월에는 알래스카항공과 함께 2023년까지 76석 규모의 비행기를 개발해 2024년부터 320km 떨어져 있는 영국 런던과 네덜란드 로테르담을 오가는 수소 비행기를 운항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수소 비행기 상용화 시기를 당초 목표보다 크게 앞당긴 것이죠.

출처 : ZeroAvia

ZeroAvia가 개발한 수소전기 파워트레인은 기존 고정익(비행기 동체에 고정된 날개에 의해 양력을 얻는 일반적인 비행기의 형태) 비행기를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대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규제 문제를 피하면서 빠른 시장 출시 가능성을 높였죠. 수소 에너지원에 대한 생산 계획도 밝혔습니다. 태양열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바탕으로 생산하는 그린수소를 공항 근처에 설치한 저장소에서 전기 분해해 생산 및 저장하겠다고 전했죠. 전기분해 장치인 전해조 또한 자체 생산하는 재생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해 이동거리, 생산비용 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ZeroAvia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설립한 벤처캐피탈 BEV를 비롯해 아마존,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기술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소 비행기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항공산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산업입니다. 국가 간 이동에 따른 특징 때문에 다른 산업 대비 규제도 많죠. 이런 규제들이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경우로 작용할 수 있어 정부 차원에서 규제 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2022년 2월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1차 산업융합 규제특례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수소튜브트레일러(T/T), 수소항공모빌리티 충전 및 비행시험, 스마트팩토리 활용 등 14개의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기계 및 항공산업까지 수소 산업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죠. 이를 통해 기존에는 고압가스법 시행규칙상 자동차에만 수소를 충전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인비행기에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특례 신청기업은 수소자동차에 사용하는 연료전지와 연료탱크를 장착한 ‘연구개발용 수소항공 모빌리티’를 제작할 수 있죠.

국토교통부는 2020년 6월 도심항공교통 민관협의체를 출범시켰습니다. 협의체에는 한화시스템,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SK텔레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40여개 기관과 기업이 참여해 2025년까지 드론 택시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죠. 한화시스템은 최고 시속 320km까지 비행할 수 있는 기체 기술을 제공하고,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은 대형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제공해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개발의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수소연료전지 기반 항공 모빌리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미국의 개인비행기 개발사 ‘오버에어’에 약 300억 원을 투자하고, 미국에 핵심 엔지니어를 파견해 센서, 레이다, 통신, 항공전자 기술을 접목한 ‘버터플라이’ 개발을 협업하고 있습니다. 향후 수소 에너지 기술을 적용해 장거리 비행, 화물운송, 통신중계, 탐색 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 버터플라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난 2월 21일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하는 UAM용 수소연료전지를 바탕으로 오는 2035년까지 수소전기 UAM 기체를 제작해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출처: 한화시스템 유튜브 채널

국내 기업도 수소 비행기 개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니 기대됩니다. 하지만, 아직 우려되는 점도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수소 비행기는 오래 전부터 상용화를 시도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85년 전인 1937년 시도했던 개념입니다. 1937년 5월 6일, 당시 세계에서 가장 컸던 수소 기반 비행선 힌덴부르크호가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해 미국 뉴저지 주에 도착했었죠. 하지만, 뇌우로 인한 착륙 지연 과정에서 수소연료에 불이 붙어 33명이 사망했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이 수소의 가연성을 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쟁을 이어오는 이유죠.

확실히 탄소배출이 없는 친환경 동력원이라는 점과 기존 전기배터리의 단점을 없앴다는 점에서 수소는 관심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 기술 지식이 부족한 일반인들은 아직 수소 연료를 두려워 할 수 있죠. 대중들의 두려움을 없애고 수소 비행기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지속적이고 충분한 설득 과정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수소연료 공급 인프라를 마련해야 하고, 가격경쟁력도 확보해야죠. 이러한 노력을 계속하다 보면, 머지않아 땅과 바다, 그리고 하늘에서 ‘탄소배출 없이 깨끗하게 이동’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글 / 한국인사이트연구소 이경현 소장

한국인사이트연구소는 시장 환경과 기술, 정책, 소비자 측면에서 체계적인 방법론과 경험을 통해 다양한 민간기업과 공공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컨설팅 전문 기업이다. ‘모빌리티’ 사업 가능성을 파악한 뒤, 모빌리티 DB 구축 및 고도화, 자동차 서비스 신사업 발굴, 자율주행 자동차 동향 연구 등 모빌리티 산업을 다각도로 분석하며, 연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모빌리티 인사이트 데이’ 컨퍼런스 개최를 시작으로 모빌리티 전문 리서치를 강화하고 있으며, 모빌리티 분야 정보를 제공하는 웹서비스 ‘모빌리티 인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정리 / 동아닷컴 IT 전문 권명관 기자 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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