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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오늘과 내일/길진균]이번 대선 시대정신은 청년의 한숨

입력 2022-01-22 03:00업데이트 2022-01-22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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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 쓰고 춤추는 李, 형 자처하는 尹
새 정부, 청년정책 새 틀부터 짜야
길진균 정치부장
대통령선거가 한 달 남짓 남았다. 비호감 대선, 뽑을 후보가 없는 대선이라지만 그래도 이번 대선의 수확을 꼽으라면 청년 문제의 공론화를 들고 싶다. 오랫동안 주변부에 맴돌던 청년 담론이 대선 국면을 통해 한국 정치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대선 때는 늘 시대정신이 등장한다. 2012년엔 경제민주화가 부각됐고, 2017년엔 적폐 청산이 대선 어젠다였다. 하나같이 당면한 시대적 과제였고, 그 출구를 반드시 찾아야 하는 의제였다.

지금 시대정신은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로 전락한 청년일 수밖에 없다. 얼마 전 현대경제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일하지 않고, 학교도 다니지 않는 니트족이 작년보다 24.2%(8만5000명) 증가한 43만6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청년의 삶은 더 팍팍해졌고, 일자리는 물론 삶의 기회마저 잃을 수 있다는 청년들의 위기가 장기화되고 구조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계속 울리고 있다.

청년의 표심을 읽은 여야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청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비니를 쓰고 조거팬츠를 입고 춤을 췄다. 청년기본소득에, 청년을 겨냥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소확행) 공약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석열이 형’을 자처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공정사회를 약속하며 청년원가주택, 청년도약계좌 등 계층이동 사다리 복원을 주요 공약으로 내놨다.

그런데도 청년들의 호응은 신통치 않다. 여론조사에서 20대의 36%가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을 지지할 수 있다거나, 지지 후보가 없다고 답하고 있다(21일 한국갤럽 조사). 전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40대 이상은 이 수치가 10%대에 불과하다. 아직도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하고 사랑하고 가정을 꾸리는, 예전엔 특별하지 않았던 일들이 지금의 청년에게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 됐다. 문제는 이같은 청년 이슈가 정부의 역량을 집중해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난제라는 점이다. 국회는 2020년 ‘청년기본법’을 제정했고,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청년 참여단, 온라인 청년 패널 등도 설치했다. 하지만 청년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정도 시스템으론 산적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대로 가다간 기득권을 쥔 기성세대와 청년 사이에 세대 전쟁이 벌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 후보들은 스윙보터로 떠오른 청년 표심을 잡기에 오늘도 여념이 없다.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 공약을 내놓고 밈, 짤 제작 등 선거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청년들도 안다. 후드티를 입고 등장하는 여야 대선 후보들의 모습이 표를 노린 일회성 선거운동이고, 여성가족부 폐지나 병사 봉급 200만 원 같은 공약은 젠더 갈등에 편승한 선거전략이라는 점을.

대선 시대정신은 선거 과정에서 펼쳐지는 공론의 장에서 새 대통령이 역량을 집중할 국가적 의제를 정하고, 해결을 위한 공동체의 합의를 형성하는 것이다. 시대의 약자인 청년 문제의 답을 찾는 대선이 돼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새 정부는 청년정책의 새 틀 짜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길진균 정치부장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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