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6·3 지방선거가 과거 다른 선거들과 비교해 두드러졌던 점은 ‘적극적 토론 회피 선거’였다는 점이다. 선거 관심도는 대선과 총선이 더 높다곤 하지만, ‘내 삶’과 가장 밀접한 선거는 지방선거다. 우리가 살 집, 매일 이용하는 버스 노선, 산책할 공원과 같은 내 일상에 가장 직접적인 정책을 다룰 일꾼을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역단체장 후보자들로부터 ‘나의 하루를 어떻게 바꿔 줄 수 있는지’를 듣는 건, 그리고 그 후보가 진실한지를 확인하는 건 다른 어느 선거보다 중요하다.
‘침대 축구’ 길 터준 선거법
서울시장 선거에서 TV토론은 단 한 차례 열렸다. 그것도 사전투표일 전날 밤 11시에 시작해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 끝났다. 일상을 사는 시민들로선 ‘강한 의지’가 있는 게 아니라면 챙겨 보기 어려운 토론이었던 셈이다.
선거 기간 내내 서울시장 후보들은 주택 공급, 안전, 교통, 일자리 등에서 선명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후보들의 주장은 편집과 기획의 힘을 빌린 포장 속 언어로 나왔다. 얼굴을 맞댄 상호 검증 과정은 생략되다시피 하니 어떤 후보에게 실제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할 길이 제한됐다. 다른 광역단체장 선거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울산시장, 경기도지사 선거 등도 한 차례의 TV토론만 열렸다.
TV토론은 ‘깜깜이 선거’를 막아주는 유효한 수단이다. 후보들이 열심히 공약집을 낸들 유권자들이 일일이 찾아서 읽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핵심 현안에 대해 후보들의 입에서 ‘일타 설명’으로 정보를 얻을 기회가 중요하다.
그런데 TV토론을 피할 수 있는 장을 터준 게 지금의 공직선거법이다. 선거법에 따르면 시·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토론회를 한 번만 열면 된다. 토론을 여는 시간대도 정해져 있지 않다. ‘꼼수’라는 비판을 들을지언정 선거 유불리에 따라 TV토론 여부를 결정할 주도권은 후보에게 있는 구조적 한계가 있는 셈이다.
토론을 피하는 쪽은 ‘네거티브’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유리한 판세에 있는 후보가 ‘침대 축구’를 하는 것이란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나름의 전략이었을 그 침대 축구가 선거 결과에 실제로 효과적인 수단이었는지도 의문이다. 선거 기간 내내 여당 후보의 판세가 좋게 나왔던 서울시장 선거, 부산시장 선거에서 여당 후보의 거부로 토론을 한 차례만 했던 서울은 야당 후보가 이겼고, 5차례 토론을 했던 부산에선 여당 후보가 이겼다.
무엇보다 네거티브를 피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을 후보들 스스로 허물었다.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고소·고발이 남발됐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여야 후보 캠프가 주고받은 고소·고발 건수는 10건이 넘는다. 인천시장, 경기도지사, 충남도지사 선거 등도 고소·고발이 오갔다. 오히려 그렇지 않은 선거를 꼽기 더 어렵다.
장내에서 공개 검증을 주고받는 대신 장외에서 고발을 일삼던 사이 또다시 사법이 정치에 개입할 문을 스스로 열었다. 이제 수사기관은 ‘정치인들의 의뢰’를 받아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 선거를 뛰었던 후보들과 후보 캠프를 들여다볼 것이다. 승자는 정해졌지만 진영 간 갈등은 계속된다는 의미다.
선의에 기대선 곤란
이제 선거는 끝났고, 정치권은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에 대한 구조적 허점을 곱씹고, 보완책을 찾을 시간이다. 유권자 선택을 위한 토론을 후보 마음대로 유명무실화해도 되는지, 상호 정책 대결 대신 법적 공방을 하는 게 옳은지, 사실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답이 나올 문제들에 대해서 말이다. 정치인의 선의에 기대는 제도로는 ‘밤 11시 토론’ 같은 ‘꼼수 정치’가 반복해 생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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