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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송평인 칼럼]정용진 ‘좋아요’

입력 2022-01-12 03:00업데이트 2022-01-1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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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론이 철 지난 게 아니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위협
시진핑의 동아시아 위협 보면서 공산주의 경각심 잃은 게 철없어
송평인 논설위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용기 있는 기업인이다. 소셜미디어이니까 희화화해서 어린 시절에 흔히 듣고 쓰던 ‘멸공’이란 표현을 썼을 것이다. 말꼬리 잡고 늘어지는 자들이 아닌 한 그 말이 무엇에 대한 비판인지는 누구라도 즉각 알아차릴 수 있었다.

‘멸공’이란 말로 표현된 공산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철 지난 색깔론이라고 말하는 자들은 외신을 주의 깊게 보지 않은 ‘우물 안 개구리’들이다. 냉전 이후 사라졌던 전쟁이 돌아오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은 유럽 쪽에서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고 중국의 시진핑은 동아시아 쪽에서 대만을 위협하고 있다. 두 전쟁 위협 모두 집안 자체가 뼛속 깊이 공산주의자인 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푸틴의 할아버지는 레닌과 스탈린의 개인 요리사였다. 시진핑의 아버지는 부주석까지 지낸 마오쩌둥의 동지였다.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공산주의는 사라졌는지 몰라도 ‘자유롭고 민주적인 질서’를 위협하는 독재체제로서의 공산주의는 엄연히 살아 있다.

재조산하(再造山河)는 본래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조선에서 류성룡이 이순신에게 써준 글이다. 세계가 그 성공을 칭송하는 대한민국을 다시 만든다는 주제 넘는 문재인 판 재조산하는 이승만 격하 운동으로 시작됐다. 이승만이 공산화를 막은 것은 그의 모든 과(過)를 상쇄할 공(功)이다. 그러나 1919년을 시점으로 삼은 억지스러운 건국 100주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을 지낸 이승만의 자리는 없었다.

이승만을 제외하고 공산화를 막는 데 기여한 또 한 사람을 꼽으라면 6·25전쟁과 그 전쟁을 전후해 활약한 백선엽 장군이지만 백 장군의 별세에 대통령의 조문은 없었다. 그 대신 자유시 참변에서 민족주의 성향의 독립군 학살을 방조한 공으로 레닌의 표창까지 받은 소련 공산당원 홍범도의 유해 앞에서는 몇 시간을 서서 경의를 표했다.

북한 김여정의 ‘삶은 소대가리의 앙천대소(仰天大笑)’ ‘겁먹은 개의 요란한 짖음’ 같은 조롱에 문 대통령이 대응하지 않은 건 제가 받은 욕 제가 참는 것이니까 알아서 할 일이다. 북한이 우리 돈 170억 원을 들여 지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파괴했을 때 ‘대포로 (폭파) 안 한 게 어디냐’고 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은 인내의 한계를 시험했다. 김여정이 ‘대북전단 두고 볼 수 없다’고 하자 민주당은 불벼락을 맞은 듯 기민하게 움직여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을 만들었다.

문 대통령은 집권하자마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방해했다. 이후 사드 추가 배치를 하지 않겠다는 등의 굴욕적인 삼불(三不) 정책을 중국에 약속했다. ‘내로남불’을 주특기로 삼던 그가 중국의 미세먼지에 대해서는 남 탓 대신 제 탓만 했다. 중국 국빈방문에서 10끼 중 6끼나 ‘혼밥’을 하고도, 또 청와대 출입기자가 중국 측 경호원에게 폭행당했는데도 귀국해서는 후한 대접을 받았다고 할 때는 영락없는 조공(朝貢)국의 수장이었다.

지난해 12월 한중(韓中) 간 전략대화에 참석한 인사로부터 들은 얘기다. 중국군 상장 출신의 참석자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하면 본토의 미군이 오기 전까지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이 대만으로 이동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경고했다고 한다.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향해 단독으로 미사일을 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괜히 허구한 날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겠는가.

완전히 무력해지면 경각심도 사라진다. 세계는 우크라이나를 걱정하는데 정작 우크라이나인들은 평온하다고 한다. 애써봐야 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한국은 평온하다.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을 쏴도 평온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을 쏴도 평온하다. 우리도 점점 더 무력감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국은 다시 중국(China) 대신 중공(CCP·the Chinese Communist Party)이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기업인이 나서 회사의 리스크를 감수하고 ‘멸공’을 말하겠는가. 정치인들이 비굴하게 입을 닫고 있기 때문이다. 멸치나 콩을 사서 은근히 지지를 보내는 것으론 부족하다. 멸공이란 표현이 과격하다면 승공(勝共)도 좋다. 정 부회장처럼 기죽지 않고 ‘노빠꾸(no back)’ 하면서 선명하게 말하는 것이 필요한 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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