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눈이 커지는 수학]화음은 정교한 계산의 결과?… K팝에도 수학공식이 숨어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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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고유의 진동수 의미하는 헤르츠
1:2, 3:2 정수 비일때 이상적 화음… 일정한 비율로 ‘7음계 옥타브’ 구성
노래 가사에도 수학용어 자주 등장, 암호 같은 의미 찾는 재미도 쏠쏠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이나 새해를 맞는 1월이면 국내외에서 콘서트나 음악회 등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진행됩니다. 국내에서도 각종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 또는 새해 첫 공연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상훈: 클래식은 들으면 편안해지고, 어떤 곡은 피아노로 치면서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엄마: 음악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이지. 스트레스와 우울증 해소는 물론이고 감정을 전달하고, 심지어 IQ까지 높여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단다. 음악 속 심리학도 매력적이지만 엄마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네.

상훈: 아, 음악과 수학요?

엄마: 와우, 정답!
○ 피아노 음에서 찾는 수학
피타고라스가 진동수 정수비로 만든 음계. 피타고라스는 두 음의 진동수의 비가 정수로 표현되면 아름다운 화음이 난다고 생각해 음 사이의 비율을 실험했다. 그 결과 진동수의 비가 일정한 지점을 찾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옥타브의 모습을 발견했다.
피타고라스가 진동수 정수비로 만든 음계. 피타고라스는 두 음의 진동수의 비가 정수로 표현되면 아름다운 화음이 난다고 생각해 음 사이의 비율을 실험했다. 그 결과 진동수의 비가 일정한 지점을 찾으며 우리가 알고 있는 옥타브의 모습을 발견했다.
피아노가 일정한 소리를 내는 데에는 수학적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소리는 일정 시간 진동하는 횟수를 의미하는 진동수에 따라 다르게 납니다. 진동수가 낮으면 낮은 소리가, 높으면 높은 소리가 나죠. 예를 들어 ‘도’의 진동수는 261Hz(헤르츠)이고, ‘시’는 493Hz입니다. ‘도’에서 시작해 ‘레, 미, 파, 솔, 라, 시’로 이어지는 것을 ‘음계’라고 하고 이 7개의 음이 반복되는 주기를 ‘옥타브’라고 합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피타고라스는 음계 사이의 비율을 처음 연구했다고 전해지는데, ‘두 음의 진동수의 비가 정수로 표현되면 아름다운 화음이 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쇠를 내리치는 망치의 무게로 음 사이의 비율을 실험했다고 전해집니다. 16세기에 줄을 이용해 실험한 결과 이 주장은 맞다는 것이 밝혀집니다.

기타처럼 양쪽이 고정된 같은 굵기의 줄이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긴 줄은 튕기면 천천히 진동해서 낮은 소리를 내고, 짧은 줄은 빠르게 진동해서 높은 소리를 냅니다. 줄 길이의 비가 2:1인 두 음을 함께 내면 소리의 높 낮이만 다를 뿐 같은 음이 들립니다.

예를 들어 ‘도’라는 음을 내는 줄의 길이를 1이라고 하면, 이 길이의 반인 줄이 진동하며 내는 음은 한 옥타브 높은 ‘도’입니다. 줄의 길이와 진동수는 역수 관계에 있으므로 낮은 도와 높은 도의 진동수의 비는 1:2입니다. 다른 정수비도 살펴보지요. 낮은 도와 높은 도 음을 내는 줄 길이의 평균은 1.5입니다. 낮은 도와 줄의 길이의 비가 3:2인 음을 도와 함께 연주하면 아름다운 화음이 들립니다. 이 음이 ‘솔’입니다. 낮은 도의 진동수를 1이라고 하면 솔의 진동수는 2분의 3이 됩니다. 5음 차이가 나는 조화로운 소리라는 의미에서 도와 솔을 ‘완전 5도’라 부릅니다. 낮은 도와 줄의 길이의 비가 4:3인 음을 낮은 도와 함께 연주할 때도 아름다운 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이 음은 지금의 ‘파’에 해당하며 두 음을 같이 연주하는 것을 ‘완전 4도’라고 합니다.

피타고라스와 그를 따르는 이들은 옥타브 사이의 다른 음계도 2:3 비율을 이용해 정했습니다. 솔 음과 진동수의 비가 2:3인 음의 진동수는 4분의 9입니다. 이 값은 낮은 도와 높은 도의 진동수 비인 2를 넘습니다. 옥타브는 반복되므로 이 음을 2로 나누면 한 옥타브 내려간 같은 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때의 진동수는 8분의 9가 됩니다. 이 음이 ‘레’입니다. 다시 이 음을 기준으로 진동수의 비가 일정한 지점을 찾으면서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의 최초 모습을 완성했습니다.
○ K팝 가사 속 수학 암호 찾기
트와이스 정규 3집 ‘Formula of Love: O+T=<3’ 사진 출처 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 정규 3집 ‘Formula of Love: O+T=<3’ 사진 출처 JYP엔터테인먼트
K팝에서도 수학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BTS의 ‘DNA’에서는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이라는 노랫말을 통해 우연이 아닌 숙명임을 강조하기도 했지요. 트와이스가 발표한 정규 3집 ‘Formula of Love: O+T=<3’은 앨범 제목에 수식이 들어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해석하면 ‘사랑 공식: 원스+트와이스=♡’로 해석됩니다. O는 트와이스의 팬덤 명인 원스를, T는 트와이스를, 그리고 <3은 ♡를 오른쪽으로 90도 돌린 모양이라지요. 대표곡인 ‘SCIENTIST’는 사랑을 연구한 과학자 콘셉트로 sin(사인), cos(코사인)이라는 수학의 삼각비가 노랫말에 비유적으로 등장하고, 뮤직비디오에서도 수식이 적힌 칠판, 알록달록 액체가 담긴 플라스크 소품 등이 보여 이제까지 아이돌 음악에서 보이지 않았던 수학, 과학 냄새가 물씬 풍겼습니다.

세븐틴의 ‘Network Love’라는 곡에서는 ‘0과 1로 짜여진 거미줄 우리만의 세계에서 Electronic network love’라는 노랫말이 나옵니다. 0과 1로 표현하는 세상은 일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십진법의 세계가 아닌 이진법의 세계를 언급하지요. 십진법은 1, 10, 100, 1000 등과 같이 10의 거듭제곱이 수의 다음 자리를 나타내는 것이지만 이진법은 1, 2, 4, 8, 16 등과 같이 2의 거듭제곱을 이용하여 수의 다음 자리를 나타내는 방법입니다. 컴퓨터 및 인터넷 등 전기 신호와 관련해서는 이진법이 널리 쓰인답니다.

한편 스트레이키즈의 ‘I am YOU’와 온앤오프의 곡 ‘나 말고 다’의 노랫말에도 ‘교집합’ ‘여집합’이 등장합니다. 집합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말이기도 하지만 수학에서는 좀 더 명확하게 ‘어떤 조건에 따라 결정되는 요소의 모임’을 말합니다. 이때 교집합은 2개 이상의 집합에 동시에 속하는 원소 전체로 된 집합을 말하고, 여집합은 전체집합에서 주어진 집합의 원소를 제외한 원소들의 집합을 말합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집에 피아노가 있다면 음과 비를 음미하며 연주를 해보거나 K팝 가사에서 수학적 요소를 찾아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경험을 늘릴수록 생각과 마음은 풍부해집니다.


박지현 반포고 교사
#화음#k팝#헤르츠#수학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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