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칼럼]정부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한국의 대학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입력 2021-11-04 03:00수정 2021-11-0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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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의 1% 남짓한 서울대 적립기금
등록금 동결 속 대학교육 퇴보 우려되지만
대선 후보들에게 관심 못 받는 대학교육
논문표절 부정행위에 머뭇거리다 신뢰 잃어
뼈 깎는 자기혁신으로 존경받는 대학 만들어야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미국 하버드대 적립기금이 63조 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세계무대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초일류 대학과 비교하는 일 자체가 무리지만, 서울대가 지닌 적립기금은 이의 1% 남짓이다. 고려대, 연세대 등 유수의 사립대학도 마찬가지이며 대한민국 모든 대학이 갖고 있는 기금을 다 합쳐도 고작 10조 원 정도다. 재정이 대학경쟁력의 모든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다. 우리 대학들은 앞으로도 세계무대에서 주목받기 힘들 듯싶다.

오늘의 대학경쟁력은 내일의 국가경쟁력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활기를 잃으며 시들고 있는 우리 대학들의 모습은 대단히 우려할 일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요즘은 많이 달라졌지만 과거에는 한 가정에서 어머니가 주로 집안과 자녀를 챙기고 아버지는 경제적 지원을 책임지는 것이 관례였다. 부모 사이의 사랑과 신뢰 속에서 튼실하게 교육받은 자녀는 자랑스럽고 번성하는 가문을 이룬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국민이 교육을 지원하고 학교는 미래를 이끌어 갈 인재를 키워 사회에 배출하는 선(善)순환이 이루어져야 국가가 융성한다. 교육의 마지막 단계인 대학의 역할도 당연히 소중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뜨거운 교육열은 자녀의 대학 입학과 더불어 차갑게 식어 버리는 듯싶다. 게다가 대학들은 사회의 신뢰를 잃었고, 그 바람에 포퓰리즘 그 자체인 반값 등록금이란 정치적 의제에 휩쓸려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무려 지난 13년간이나 등록금이 동결돼 있으니 대학 교육은 그만큼 크게 퇴보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표만 계산하는 대통령 후보들은 대학에 관심조차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대학들은 왜 사회의 신뢰를 잃었을까? 대학은 사회 여느 조직과 다르게 훨씬 더 도덕적으로 엄정하고 모든 면에서 투명해야 한다. 걸핏하면 나오는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의 논문 표절 시비는 결국 대학이 부실하게 학위를 수여했기 때문이다. 의혹이 제기되면 이를 철저히 점검해서 표절이면 학위를 취소하고 지도교수를 징계해야 하는데, 그런 당연한 일들에 대학은 머뭇거리기만 한다. 입학부정에 관한 처리도 정치 풍향에 따라 기준이 오락가락하는 대학들이다. 2012년 하버드대는 리포트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150명 가까운 학생을 모두 징계 처분했다. 우리도 그런 엄정함을 본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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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에 도입된 스마트폰에서 알 수 있듯 21세기에 접어들며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소위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오늘의 젊은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과 완연히 다른 세상일 것이다. 당연히 대학은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교육의 틀을 새롭게 짜야 한다. 대학 혁신의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당장 내년 살림을 우려해야 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에 이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3년간 매년 약 7000억 원의 예산을 140여 개교에 지원한 교육부의 ‘대학혁신지원사업’은 특히 지역 사립대학들에 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200여 개 대학에는 오히려 낙인이 찍혔다. 더 많은 수의 대학에 더 큰 폭으로 지원해 달라는 대학교육협의회 등의 요청은 고려의 대상도 못 되었다. 그러나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라 내국세의 20여 %를 무조건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면서, 초중등교육에서는 못 쓰고 남는 불용(不用)예산이 매년 1조9000억 원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다. 간단한 법 개정으로 고등교육을 지원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인 듯싶다.

대학은 사회가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힘들고 먼 길이지만 존경받는 대학이 되어야 정부와 사회로부터 충분히 지원받을 수 있다. 국민이 대학을 신뢰하고 대학이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상생이 이루어져야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를 가꿀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이 그야말로 뼈를 깎는 자기혁신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교수들의 일탈과 방종도 감싸는 정년 보장이나 성과에 상관없는 급여제도 그리고 학과 간 높은 벽 안에서 안주하는 대학체제로는 국민의 사랑을 받기 어렵다. 환골탈태에 나서는 대학에 대해서는 사회도 따뜻하게 지원할 것으로 확신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서울대 명예교수



#한국 대학#하버드대#대학교육#등록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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