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 세계적 영향력 드러난것… 콩글리시 등 신조어도 韓정서 담겨”


올해 이례적으로 많은 한국 단어가 등재 목록으로 선정되자 OED는 한국인 자문위원을 구해 등재를 진행했다. 5월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의 요청을 받아 자문위원으로 참여한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사진)는 “이번 등재 단어 수는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영향력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OED 등재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문화의 전파 정도에 있는 건 아니다. 해당 단어가 신문이나 책 등의 문헌, 그리고 대중이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지속적으로 사용됐는지가 최우선적 기준이다. 그에 따라 OED는 새로운 표제어를 등재하기에 앞서 철저한 사전 조사를 진행한다. 다른 사전과 달리 한번 등재한 단어를 절대 삭제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 교수는 “등재 단어 중 문헌에 가장 늦게 등장한 먹방도 이미 해외에서 2013년부터 사용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콩글리시(Konglish)’ ‘PC방(PC bang)’ ‘skinship(스킨십)’ 등 국내에서 영어와 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가 영어 원조국의 사전에 등재됐다는 점도 특이하다. 신 교수는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문화를 가진 나라로서 언어를 대하는 우리의 관점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파괴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줄임말이나 합성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단어들이 오히려 한국적인 정서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언어는 문화와 함께 간다”며 “오징어게임의 ‘달고나’를 해외에서 그대로 받아들이듯이 우리도 외래어를 거부하기보다는 우리 나름대로 받아들여 우리 것으로 만들어 쓰는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