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 전체의 46%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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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에서 생명으로]〈13〉고령자 교통사고 줄이자
2019년 고령인구 비율의 3배 수준… “돌발상황 대처 힘들어 치명률 높아”
야간 운전 금지-최고속도 제한 등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 논의… “고령자 운전권-사고예방 조화 필요”

2017년 일본 도야마시 자동차 강습소를 찾은 노인들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시뮬레이터 도로주행 검사를 치르고 있다. 일본은 2019년부터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사전 강습 예비 검사를 의무화하고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동아일보DB
2017년 일본 도야마시 자동차 강습소를 찾은 노인들이 운전면허 갱신을 위해 시뮬레이터 도로주행 검사를 치르고 있다. 일본은 2019년부터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는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사전 강습 예비 검사를 의무화하고 검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취소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7일 부산 부산진구 삼전교차로. 버스전용차선에서 비틀거리며 달리던 흰색 차량이 중앙분리대를 부수고 반대편 차로로 돌진하더니 마주 오던 승용차, 마을버스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9명이 다치고 차량 5대가 부서졌다. 운전자는 86세 고령이었다. 지난달 29일 부산역에서는 81세 남성이 몰던 택시가 인도를 침범해 역과 연결된 승강기를 들이받았다. 7월 서울 마포구에서는 7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상가 건물로 돌진해 행인을 치는 사고도 있었다.

○ 사고 시 고령자 치명률, 젊은층보다 높아


고령 운전자가 해마다 늘면서 운전자의 신체기능 저하 등에 따른 교통사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 이상인 고령사회가 됐다. 2025년이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고령 운전자인 65세 이상 면허 소지자는 2025년 618만 명에서 2040년 189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 분석시스템(TAAS)에 따르면 2016년 2만4000여 건이었던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3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3만1000여 건을 기록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고령 운전자는 반응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고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다소 떨어진다”며 “빠른 대처가 어렵다 보니 교통사고 치명률도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의 경우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사망자가 전체의 약 46%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해 고령인구 비율(약 15%)의 3배 수준이다. 고령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킨 경우도 2014년에서 2018년까지 50% 늘었다.

○ 조건부 운전면허제 등 대안 거론돼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교통안전공단, 도로교통공단, 손해보험협회 등은 2019년 고령자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한 범정부협의체 ‘고령운전자 안전대책 협의회’를 조직했다. 협의회는 2023년까지 교통사고에 따른 고령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9월 관련 과제를 내놨다.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 도입이다. 가령 고령자에겐 야간 운전, 고속도로 이용 등을 금지하거나 차량에 첨단 안전장치를 달아 최고속도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영국, 일본 등은 이미 시행 중인 제도지만 우리나라는 주로 장애인 운전자 등에 한정해 적용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경북 김천경찰서,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경북지부와 협약을 맺고 고령 개인택시 운전자의 운전행태 분석 및 정책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천 지역 고령 운전자의 택시에 차량의 주행 상황에 따라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지원하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달아 사고 예방에 도움을 주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ADAS가 고령자 안전운전에 효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조건부 운전면허 제도에 ADAS 관련 항목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이번 정책 개발 연구가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감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협의회는 대한노인회 등과 협업하는 등 고령자의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순열 도로교통공단 교육운영처 교수는 “고령 운전자가 운전할 수 있는 권리를 유지하면서도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며 “두 목적을 모두 달성하려면 최대한 노년층을 배려하는 다각적이고 세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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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장 박창규 사회부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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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정(사회부) 신아형(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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