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맹관계 변화 가속화할 美 아프간 철군[세계의 눈/페트릭 크로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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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군사훈련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8월 10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미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한미는 8월 13일까지 CMST를 진행한 뒤 16∼26일 본훈련을 했다. 평택=뉴스1
한미 연합군사훈련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이 시작된 8월 10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미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한미는 8월 13일까지 CMST를 진행한 뒤 16∼26일 본훈련을 했다. 평택=뉴스1
페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페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은 한반도에 오랜 기간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아프간 여파’는 점진적이고 간접적이긴 하겠지만 안보적 차원에서 남북한 모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동맹 관계 변화를 가속화하고 갈수록 치열해지는 역내 군비경쟁에 불을 붙일 수도 있다.

미국의 손실을 막기 위한 이번 아프간 철군 결정은 미국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설명한 대로 미국과 탈레반 간의 20년 전쟁은 더 이상 미국의 안보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아프간 전쟁이 미국의 최장기전이 된 이유는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같은 테러조직의 와해라는 목적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국가재건 임무에 직면한 미국이 내세운 새로운 승리 이론은 취약한 정부의 붕괴를 막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군 철수가 시작되자마자 아프간 정부는 붕괴됐다.

아프간 정부의 붕괴 속도는 한국을 비롯한 동맹들을 움찔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은 아프간이 아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침략을 막고 자유롭고 개방된 지역 시스템을 발전시킨다. 만약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한다고 해도 한국의 정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 내 한미 양국 병력을 이끄는 한미연합군사령부의 부재 시 북한은 기습공격이라는 도박을 시도할 수 있다. 주한미군이라는 존재는 북한의 이런 오판 가능성을 줄이고 평화로운 질서를 유지시킨다.

아프간 여파는 여러 면에서 동맹관계에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아프간 정부의 붕괴로 한국은 억지력을 강화하는 무기와 훈련된 병력을 배치해 더욱 강력한 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런 군사력 증진은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넘겨받는 조건을 충족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할 것이다. 양국이 이미 명확히 했듯이 중요한 과제는 전작권 이양을 위한 정확한 타이밍보다는 유사시 작전 필수요건을 완전히 갖춘 능력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의 또 다른 여파는 동북아시아가 최첨단 군사력의 요충지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해준다는 것이다. 중국은 한동안 독자적으로 군비경쟁에 참여해 왔다. 세계 최고의 군사력으로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동북아시아와 그 외 국가에 있는 모든 미국 동맹군 기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배치시키는 동시에 미국 본토까지 위협할 만한 핵무기를 확장하고 있다. 2016년 중국은 북한 핵프로그램 무력화를 위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이유로 한국에 경제 제재를 가했고 중국의 해군 증강은 서해와 인접한 제주해협을 포함한 한국의 해양주권에 도전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가 강대국의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면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 무기에 투자하고 러시아 군 병력이 중국 인민해방군과 함께 동북아에서의 군사력 확장에 동참하도록 하려는 의지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북한은 핵무기와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은밀하게 확대하고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미국은 회복력 있는 장거리 정밀타격 무기의 분산 배치 능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켜 왔다. 그리고 역내 가장 역량이 뛰어난 미국의 동맹국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호주는 대대적인 미사일 프로그램에 착수했고, 일본은 억지력 강화를 위해 공격 능력을 배가시키길 원하고 있다.

올 상반기 바이든 행정부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폐기했다. 현재 미국은 수천 개의 통합직격탄 키트 판매를 승인하며 중력폭탄을 전천후 정밀유도폭탄으로 전환하고 있다.

아프간 여파는 미사일 및 군비경쟁 추세를 부채질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혹은 군비축소 모색과는 거리가 먼 북한은 더욱 향상된 무기로 보다 강력한 자주권 달성에 열중하고 있는 듯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동아시아에서 미국을 몰아내기 위한 새로운 기회를 탐색하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시 주석이 내세우는 독단적 내셔널리즘은 보다 현대화된 군대와 더욱 강력한 군사 작전을 수반할 것이 확실하다.

혹자는 고삐 풀린 군비경쟁의 위험성을 지적하겠지만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 역시 위험하다. 한국군이 미사일을 비롯한 다른 방어능력을 계속 향상시키고 있지만 전면적 군사작전에 임하기 위한 동맹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 없이 지난 3년을 보낸 지금 한미 동맹이 실질적인 준비태세가 아닌 과거의 영예에 안주하는 위험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8월에 끝난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의 지휘소 훈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아프간 여파는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불가피한 인류사적 혼란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더욱 강력한 자주권은 한국 국민은 물론이고 한미 동맹 관계에도 이로운 것이다. 결국 북한은 대중국 의존도 심화가 핵무기 협상을 거부한 대가로는 너무나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종국적으로 미국은 동북아시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 집중함으로써 복잡한 글로벌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더욱 두터운 신뢰와 힘을 갖게 될 것이다.

페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
#미국#아프가니스탄#철군#동맹관계 변화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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