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출신 가수 베이커, 흑인여성 첫 佛국립묘지 안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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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때 佛레지스탕스 활동
전후엔 인종차별 철폐 앞장서

프랑스 군복을 입은 조세핀 베이커의 모습.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고 전후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공로로 흑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프랑스 군복을 입은 조세핀 베이커의 모습.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에 맞서고 전후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공로로 흑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된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제2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 저항군으로 활동했던 미국 출신의 가수 겸 댄서 조세핀 베이커(1906∼1975)가 흑인 여성 최초로 프랑스 파리의 국립묘지 팡테옹에 안장된다. 세계대전 당시의 공로는 물론이고 전후 인종차별 철폐에 앞장선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22일(현지 시간) 르피가로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재 모나코에 있는 베이커의 시신을 판테옹으로 옮기는 행사를 11월 30일 개최한다. 베이커는 생전 미 유명 배우 출신의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1929∼1982)와 친하게 지낸 인연으로 모나코에 묻혀 있었다. 파리5구의 판테옹에는 장자크 루소, 빅토르 위고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위인 80여 명이 묻혀 있다. 여성은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을 모두 탄 과학자 마리 퀴리, 철학자 겸 정치인 시몬 베유 등 5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모두 백인이었다.

미 중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베이커는 7세부터 청소부로 일했다. 10대 시절에 이미 결혼, 이혼, 재혼을 반복하는 등 개인사도 평탄치 않았다. 그런 그에게 춤과 노래는 희망이었다. 길거리 극단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뉴욕 브로드웨이를 거쳐 19세 때인 1925년 파리에 입성했다. 파리 사교계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춤을 추며 노래하는 그를 ‘검은 비너스’로 불렀다.

1937년 프랑스 국적을 취득한 그는 1939년 저항군에 입대했다. 유명 연예인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유럽 전역의 사교계를 누비며 비밀 정보를 수집했고 나치 압제를 피해 도망쳐 나온 유대인에게 은신처도 제공했다. 전쟁 후에는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그는 1963년 8월 흑인 인권운동의 대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미 수도 워싱턴에서 행진할 때 킹 목사와 함께 연단에 서서 인종차별 타파를 외쳤다. 1975년 4월 공연 후 파리 자택에서 뇌졸중으로 숨졌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가수 베이커#국립묘지 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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