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박희창]‘밈 주식’에서 희망 찾는 20, 30대의 서글픈 생존 방식

박희창 경제부 기자 입력 2021-08-14 03:00수정 2021-08-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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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창 경제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영화관들은 여전히 개점휴업 상태다. 하지만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은 최근 40여 일간 미국 극장체인 AMC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을 8400억 원 넘게 매매했다. 결제액 기준으로 상위 7위다. 구글 주식인 알파벳A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AMC는 미국 증시의 대표적인 ‘밈 주식(meme stock)’이다. 밈 주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인기를 끌어 주가가 급등한 종목을 일컫는다. 밈은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쓴 말로, 그리스어 모방(mimeme)과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주식이 입소문을 타자 투자자들이 모방 투자에 나선다는 뜻이다.

올 들어 주식 투자 열풍을 타고 밈 주식도 달아올랐다. 상반기(1∼6월)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사고판 해외 주식 10개 중 3개가 밈 주식이다. 특히 20, 30대 청년 개미들이 ‘밈 놀이’를 하듯 밈 주식에 많이 투자했다. 외신들은 밈 주식의 긍정적인 면을 지적하기도 한다. AMC가 코로나19 사태에도 살아남은 건 밈 주식 열풍으로 주가가 급등하자 이를 활용해 자본을 확충하고 시설 개선, 추가 투자 등에 나선 덕분이다.

하지만 밈 주식은 실제 기업가치와 상관없이 단순히 입소문에 기대 오르는 만큼 도박에 가깝다. 실제로 AMC 주가는 두 달 만에 50% 가까이 폭락해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안겼다. 이런데도 밈 주식에 눈 돌리는 20, 30대 서학개미는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주춤하자 밈 주식을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는 젊은 투자자도 많다. 30대 초반 후배 A도 새로운 밈 주식을 찾기 위해 매일 미국의 온라인 주식 토론방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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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대가 다양한 투자처를 찾는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청년들이 고위험 투자에 뛰어드는 게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 2030세대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주식시장에서 가상화폐와 미국 증시의 밈 주식으로까지 번지는 건 여러모로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평생 내 집 마련이 요원해지면서 ‘벼락거지’의 위기감을 느낀 한국 청년들이 코인과 밈 주식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은 10.4배(3월 기준)로 사상 최고치로 뛰었다. 10년 넘게 번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수도권에 겨우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후배 A도 “맞벌이하면서 아무리 돈을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다. 최대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밈 주식에 투자해 돈을 불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했다.

밈 주식은 점점 커지는 자산 격차를 메우기 위해 청년들이 찾아낸 또 다른 생존 방식인 셈이다. 20, 30대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앗아간 건 정부 여당을 비롯한 기성세대 탓이 크다. 좋은 일자리는커녕 ‘관제 알바’를 만드는 데 나랏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청년들에게 희망이 보일 리가 없다. 좌절과 분노한 청년들을 한탕주의 시장 대신 건실한 경제 현장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박희창 경제부 기자 rambl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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