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인찬]오사카와 하치무라

황인찬 논설위원 입력 2021-07-26 03:00수정 2021-07-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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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혼혈 선수를 국가대표로 적극 선발했다. 전체 대표선수 583명 중 혼혈 선수와 귀화 선수가 35명이나 된다. 23일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일본의 테니스 스타인 오사카 나오미(24)가 성화 최종 점화자로 깜짝 등장했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활약하는 하치무라 루이(23)가 일본 대표팀의 남자 기수로 나섰다. 일본을 대표하는 혼혈 선수들을 ‘얼굴’로 내세워 다양성과 조화를 강조하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오사카와 하치무라는 피부가 검은 ‘하푸(Half·일본인과 외국인의 피가 반반씩 섞인 이를 뜻하는 일본식 표현)’로 불린다. 오사카와 하치무라의 아버지는 각각 중남미 아이티와 서아프리카 소국 베냉 출신으로 1990년대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 이들을 낳았다. 1980, 90년대 ‘재퍼니즈 드림’을 꿈꾸며 찾아온 이민자의 후손들이 오늘날 일본 스포츠를 대표하는 인물로 성장한 것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순혈주의가 오랫동안 지배해 온 나라에서 인종과 정체성에 대한 태도가 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일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인력 감소 현상이 심각해지자 외국인에 대한 문을 서서히 열고 있다. 10년 전 200만 명 수준이던 일본 거주 외국인은 오늘날 300만 명까지 늘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에서 태어난 신생아 135명 중 1명이 다문화가정 출신이었지만 최근에는 50명당 1명꼴이었다. 순혈주의를 고집하던 나라에서 다문화국가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혼혈에 대한 일본 사회의 차별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앞서 오사카는 한 후원업체가 자신의 얼굴을 하얗게 그린 애니메이션 광고를 하자 “내 피부는 누가 봐도 갈색”이라며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치무라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거의 매일 혐오 발언 메시지를 받고 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재일동포 차별도 여전하다. 재일조선장학회가 올 초 재일동포 장학생 14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가 헤이트 스피치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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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는 이미 스포츠에서는 경계가 희미해져 가고 있다. 이런 추세는 경제, 교육 등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다. 차별 논란은 여전하지만 일본이 이번에 다양하고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메시지를 대외에 강조한 것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우리도 일본과 처한 상황이 비슷하다. 국내에 살고 있는 19세 이하 다문화가정 2세들이 26만 명을 넘겼다. 우리 사회에서도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오사카와 하치무라’가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황인찬 논설위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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