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무서우면 불 켜드립니다” 역발상 극장에 관객 줄섰다

김재희 기자 입력 2021-07-21 03:00수정 2021-07-2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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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과감한 시도로 위기 돌파…무섭다고 소문난 영화 ‘랑종’
‘겁쟁이’도 볼 수 있게 조명 ON…일반 관람 때보다 입장객 더 많아
롯데시네마 상영횟수 늘리기로…CGV는 ‘오디오북 상영전’ 기획
스크린 끄고 작품 소리에만 집중…색다른 서비스로 다양한 수요 흡수
CGV가 지난달 서울 CGV송파 스피어X관에서 진행한 명상 프로그램 ‘마인드 온앤오프’(위쪽 사진). 관객들은 1시간 동안 스크린에 뜬 바다, 하늘, 우주의 풍광을 감상하며 명상을 했다. 아래쪽 사진은 17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진행된 영화 ‘랑종’의 ‘겁쟁이들을 위한 상영회’.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관객들을 위한 기획전으로 극장 내 조명이 켜져 있는 상태에서 영화가 상영됐다. CGV 제공·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극장이 한산한 요즘, 보기 드문 광경이 펼쳐졌다. 17일 오후 1시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 상영관 앞에 20분 뒤 시작할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들이 장사진을 친 것. 이들은 티켓을 꼭 쥔 채 동행과 이런 말을 주고받았다. “중간에 나온 사람도 있다던데….” “도대체 어느 정도로 무섭길래?” “그래도 밝은 데서 보니 좀 낫다던데!”

극장이 팬데믹 이전처럼 활기를 띤 이유는 ‘극장을 뛰쳐나올 정도의 공포’라는 입소문을 타고 개봉 4일 만인 17일 손익분기점(40만 명)을 넘긴 ‘랑종’의 ‘겁쟁이들을 위한 상영회’(겁쟁이 상영회) 덕이었다. 랑종은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각본을 쓰고, ‘셔터’ ‘샴’을 만든 태국의 반쫑 삐산타나꾼 감독이 연출한 공포영화. 너무 무섭다는 소문이 커지자 롯데시네마는 극장 조명을 켜두는 겁쟁이 상영회를 기획했다.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상영관이라 조명이 켜져도 화면 밝기가 균일하게 유지된다.

영화는 깜깜한 곳에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관객들도 화답했다. 롯데시네마의 경우 랑종의 일반 입장객과 겁쟁이 상영회 입장객을 비교하면 후자 쪽이 회차당 16% 많았다. 이에 롯데시네마는 사흘만 하려던 겁쟁이 상영회를 24, 25일에도 추가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영화관이 이처럼 변화를 넘어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극장의 본질을 뒤흔드는 시도를 통해 관객 유치에 나선 것. 특정 감독이나 배우, 주제의 영화를 상영하는 기획전을 넘어 극장의 3대 요소인 3S, 즉 스크린(Screen), 사운드(Sound), 시트(Seat)의 역할에 변주를 주며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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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화면)을 버리고 듣는 것(소리)에만 집중시키고자 하는 시도도 나왔다. CGV는 최근 오디오 콘텐츠 전문 제작·유통사인 오디언과 함께 서울 CGV송파 스피어X관에서 ‘오디오북 상영전’을 열었다. 지난달 13일 배우 이보영이 참여한 ‘노인과 바다’를 시작으로 20일 조여정의 ‘오이디푸스 왕’과 27일 ‘맥베스’, 이달 5일 ‘지킬 앤 하이드’를 상영했다.

오디오북 상영전은 3S 중 스크린을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2개 요소인 사운드와 시트의 기능을 강조한 사례다. CGV송파의 스피어X관에는 좌석 각도가 120도까지 조정되는 레이 백 좌석을 설치해 관객이 누워서 영화를 즐길 수 있다. 개별 좌석마다 대사와 OST, 효과음 등이 더 또렷하게 들리는 사운드 시스템도 설치해 관객이 오롯이 소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연, 명상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화를 꾀하는 경우도 있다. CGV는 지난달 명상 애플리케이션 ‘루시드 아일랜드’와 협업해 명상 프로그램인 ‘마인드 온앤오프’도 선보였다. 1시간 동안 하늘, 우주의 풍광이 큰 스크린에 펼쳐지는 가운데 잔잔한 음악, 명상을 돕는 내레이션 등이 나온다.

앞서 3월에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더 뮤지컬 라이브’를 상영했다. 지난해 11월 개막한 10주년 기념 공연을 뮤지컬 제작사 EMK뮤지컬컴퍼니가 CGV와 협업해 극장판으로 제작한 것. 국내 뮤지컬 최초로 4DX로도 상영됐다. 모션의자, 특수 환경장비 등이 도입된 4DX 상영에서는 음악의 박자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거나, 해적선을 타는 장면에서 물이 튀는 효과 등이 들어가 몰입감을 더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역발상 극장#겁쟁이 상영회#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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