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정부 사칭 서한으로… 주한 이란상의, 러 백신 사려다 들통

변종국 기자 입력 2021-07-19 03:00수정 2021-07-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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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에 “권한 위임 받았다”며 접촉
‘백신 2000만회 구매 협상’ 요구
상의측 “과거 문서 활용하다 실수”
정부, 외교관계 등 고려해 처분 고민
2018년 설립된 한-이란 경제 협력 단체인 주한 이란상공회의소가 한국 정부 로고를 도용한 서한으로 러시아 백신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주한 이란상의가 무단으로 ‘한국 정부 위임을 받았다’고 언급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만 정부는 이란과의 외교 관계 등을 고려해 해당 사건을 어떻게 처분할지 고민하고 있다.

18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4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 외교 당국으로부터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V 구매를 주한 이란상의에 위임한 사실이 있는지 문의 받았다. 정부는 진상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주한 이란상의가 산업부 로고가 찍힌 서한을 이용해 러시아 백신 제조 및 유통을 총괄하는 러시아 국부펀드(RDIF)에 접촉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정부 등에 따르면 주한 이란상의는 이 서한에 “한국 정부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은 주한 이란상의가 스푸트니크V 2000만 도스를 구매하기 위해 RDIF와 협상을 원한다”는 내용을 담아 RDIF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내용이 이상하다고 여긴 러시아 측은 한국 정부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고 정부는 관련 내용을 확인했다.

주한 이란상의 관계자는 “백신 수급에 난항을 겪고 있던 이란 정부가 스푸트니크V를 구할 수 없겠느냐는 요청을 해왔다. 백신을 구하는 도중에 러시아 측과 선이 닿는다는 외국 브로커에게 모든 구매 과정을 위임한다고 한 것이지, 한국 정부 위임을 받았다고 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산업부 로고 사용은 과거에 쓰던 문서를 활용하다 벌어진 실수다. 사칭을 하려 한 건 아니지만 문제가 된다면 처분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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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이란상의는 이란 정부 등이 설립을 추진했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7년 9월 상공회의소 명칭 사용 추천서를 발급받은 뒤 산업부로부터 그해 12월 설립 허가를 받아 공식 설립됐다.

정부는 사안 처리를 어떻게 할지 고민 중이다. 법적으로 문제를 삼을 순 있지만 외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법률 검토는 마쳤고,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 중이다. 원칙적으로는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정부를 사칭한 일이 왜 발생한 건지, 법적 처분을 고민하는 이유가 뭔지 등을 명확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한국 정부 사칭#이란#주한 이란상공회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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