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황형준]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신속한 재판 이뤄져야

황형준 사회부 차장 입력 2021-07-19 03:00수정 2021-07-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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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형준 사회부 차장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이랑 똑같이 될 것 같다. 정권 바뀔 때까지 1심 선고도 안 될 수 있다.”

최근 만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의 A 검사는 원 전 원장의 이름을 꺼냈다. 2012년 대선을 앞둔 국정원의 댓글 사건으로 2013년 6월 기소된 원 전 원장은 4년 10개월 만인 2018년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에서 공직선거법 혐의 무죄, 국정원법 위반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선거법도 유죄 판단을 받고 이후 상고심과 파기환송심 등을 거듭하며 5년간 5번의 판결 끝에 형이 확정됐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이 진행돼 온 흐름을 보면 A 검사가 이런 의구심을 가질 만도 하다. 검찰은 지난해 1월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청탁한 혐의 등으로 송철호 울산시장과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30년 지기인 송 시장의 당선을 위해 청와대와 경찰이 나서 상대 후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맞춤형 공약까지 설계해 주며 선거에 개입했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었다.

친(親)정부 성향의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관련 수사를 사실상 지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송 시장의 핵심 공약인 공공병원 추진을 위해 2018년 3월 선거를 앞두고 울산 공공병원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했던 이진석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은 올 4월 뒤늦게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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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도 마찬가지다. 이 사건의 1차 공판은 송 시장 등이 기소된 지 1년 4개월 만인 올 5월 처음 열렸다. 선거법 위반 사건은 기소 후 6개월 내에 1심 선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전임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5차례 여는 데 그쳤다. 김 부장판사는 인사 관례를 깨고 서울중앙지법에 4년째 유임돼 논란이 됐다.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 판결을 보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 이후 김 부장판사는 건강상 문제를 호소하며 휴직을 신청했고 주심판사가 교체된 뒤 재판은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재판은 문재인 정부가 끝나기 전까지 1심 선고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피고인 측의 증거 의견 제출 지연과 재판부 인사 등으로 속도가 늦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검찰 안팎에선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한다.

A 검사가 원 전 원장 사건 재판을 언급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 법원이 원 전 원장 재판을 정치적으로 고려한 것과 무관치 않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고위 법관들은 상고법원 도입 등을 위해 청와대의 협조를 끌어내고자 원 전 원장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개입 의혹 등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전직 대법원장까지 구속되며 홍역을 앓았던 법원이 과오를 되풀이할 개연성은 낮아 보인다. 해당 재판부가 신속한 재판을 통해 ‘지연된 정의’라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아야 할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차장 constant25@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신속한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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