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텔 34조 베팅, 삼성 투자 지연… 흔들리는 K반도체

동아일보 입력 2021-07-19 00:00수정 2021-07-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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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 간판 기업 인텔이 34조 원을 투자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GF) 인수에 나섰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회사의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방식인데 매년 시장이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인텔이 파운드리에 뛰어들면서 이 분야 1위인 대만 TSMC를 따라잡겠다는 2위 삼성전자의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지각 변동을 뜻한다. 그동안 인텔 등 미국 기업이 원천 기술과 설계를 맡고, 한국과 대만이 최고 수준의 생산을 담당하는 구조였다. 미국 주도의 새로운 공급망에서 인텔이 직접 생산까지 맡겠다고 나선 모양새다. GF는 “인텔과 협상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비밀 유지를 위한 전략적 부인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 정부를 등에 업은 인텔이 이번 인수에 성공하면 삼성전자 등 기존 파운드리 강자를 위협할 수 있다.

TSMC는 미국에 6개 공장을 짓는 등 올해부터 3년간 114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일본에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일본 대만의 삼각 공조가 강화되면서 K반도체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1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17%로 55%인 TSMC에 크게 뒤처진 상태다. 이재용 부회장이 2019년 파운드리 위주로 시스템반도체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2030’을 선언할 당시보다 점유율이 오히려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5월 발표한 미국 공장 증설을 아직 확정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후 기업 인수합병(M&A)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투자 시기를 놓치면 TSMC의 독주와 인텔의 협공에 끼어 2위 자리마저 흔들릴 수 있다. 정부는 K반도체 전략에 이어 반도체 특별법을 준비 중이다. 법안을 준비 중인 여당 관계자는 ‘기업이 해볼 만하다’고 느끼도록 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전략적 투자는 총수의 결단 없인 불가능하다. 팔짱만 끼고 있기에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지각 변동이 너무 빠르고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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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34조 베팅#글로벌파운드리 인수#삼성전자#k반도체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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