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정용관]윤석열-최재형, 정치 그릇 누가 더 큰가

정용관 논설위원 입력 2021-07-16 03:00수정 2021-07-1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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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문 진영에 갇힌 文, ‘철학 부재’가 원인
反文 깃발 넘어 정치철학으로 경쟁해야
정용관 논설위원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이처럼 허망한 말도 없을 것이다. 친문 진영에 갇힌 대통령…. 역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하지 않을까 싶다. 뭐가 문제였나. 무능 논란은 차치하고, 궁극적으론 ‘철학의 부재’에 기인한다. 편협한 이념과 역사의식, 집단 도그마를 옳은 철학인 양 착각했다. 천하는 신기(神器), 신령스러운 기물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생선을 구울 때 조심스레 뒤집듯 세상을 함부로 다뤄선 안 되는 것이다. 문 정권은 너무도 오만하게 자신들만의 도덕 기준, 선악 기준으로 마구 재단하려 했으니 나라가 혼란스러워진 건 당연한 결과다.

편 가르기 이념으로 접근해 부동산시장을 감당 못 할 정도로 헤집어놓은 것은 더 말하기엔 입이 아프다. 최근 코로나 지원금 문제를 놓고 여당 의원들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질타한 논리에선 실소가 나왔다. “전 국민 위로금이라는 게 대통령의 철학인데, 철학이 다른 것 같다.” 대통령이 한마디하면 그게 지고지선의 철학인가. 모두에게 나눠주고 퍼주고 하자는 게 문 정권의 철학이라면 할 말은 없지만, 집권세력의 철학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야권의 ‘정치 초보’ 대선주자들이 ‘정치철학’을 언급하고 나선 건 그런 점에서 관심을 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다”며 “정치철학 면에선 국민의힘과 생각을 같이하고 있다”고 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새로운 시대가 안고 있는 다양한 과제를 푸는 것은 경험이 아니라 정치철학에 달린 문제다”라고 했다.

한 사람은 다소 거친 듯하고, 다른 사람의 정치철학은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둘 다 검찰총장, 감사원장을 중도에 그만둔 만큼 ‘왜’ 정치판에 발을 들여놓게 됐는지에 고민의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하다.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윤 전 총장 발언에선 ‘어떤 정치를 어떻게?’에 대한 생각이 명료하지 않으니 허전함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최 전 원장은 “정권교체 이후 국민의 삶이 더 나아져야 한다”며 ‘변화와 공존’을 언급하긴 했지만 아직 모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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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에 대해 “여전히 검사”라는 지적이 적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최 전 원장의 정치적 역량도 뚜렷하지 않다. 이는 최고 명문대 출신의 두 사람이 검사, 판사에서 정치인으로 제대로 변신하고 질적으로 승화할 수 있느냐의 물음으로 이어진다. 검사와 판사는 과거를 수사하고 심판하지만 정치는 미래를 다루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잘 바뀌지 않는다. 장자에 ‘오상아(吾喪我)’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나를 장례 치렀다는 우화다. 두 사람도 자기 살해의 정신적 성찰이 있어야만 ‘검사의 틀’ ‘판사의 틀’을 깨고 더 넓고 높은 눈으로 정치를 직시할 수 있지 않을까.

정치철학이 없는 정치공학은 사상누각이다.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를 포함해 어떤 정치를 어떻게 할지의 철학부터 굳건히 세워야 한다. 반문 쪽에선 누가 후보가 되든 정권만 교체하라는 분노가 팽배해 있다. 반문재인 깃발 아래 모두 뭉치자는 식의 접근을 넘어 박근혜, 문재인 정권과는 다른 어떤 새로운 정권을 세울지가 중요하다. 정권교체를 넘어서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시대에 대한 열망을 꿰뚫어봐야 한다. “국민의 부름을 받았다”는 말은 그만 거둘 때가 됐다. 시대를 보는 열린 통찰력, 정치 그릇이 누가 더 큰지의 경쟁은 지금부터다.

정용관 논설위원 yongari@donga.com
#윤석열#최재형#통찰력#정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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