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자유 원하는 쿠바 국민 지지… 수십년 압제 벗어나야”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입력 2021-07-14 03:00수정 2021-07-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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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탄압 폭력 자제를” 정부 압박… 2014년 부통령땐 관계 정상화 시도
“쿠바계 미국인 표심 노린 것” 분석, 대통령 암살 아이티에는 파병 검토
혼돈 지속 땐 불법이민 증가 불가피… ‘앞마당’ 중남미 불안에 외교 시험대
급격히 불안해지고 있는 중남미 정세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앞마당’ 중남미에서 대통령 암살과 대규모 시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이로 인한 경제 악화 등 악재들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는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몰려드는 불법 이민자 문제와도 직결돼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바이든 대통령(사진)은 쿠바 시위가 발생한 지 하루 만인 12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쿠바 국민을 지지한다”며 “쿠바 권위주의 정권에 따른 수십 년 압제와 경제적 고통, 그리고 팬데믹의 비극적 장악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고 싶어 하는 그들의 분명한 요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바 정권은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이런 중요한 순간에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에게 귀 기울일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쿠바 국민이 독재 정권으로부터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시위를 오랫동안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쿠바 정부의 폭력 자제도 당부했다. 앞으로 시위가 격화할 경우 유혈 진압이 벌어지면서 사태가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뿐 아니라 남미 멕시코와 유럽의 스페인 등지에서도 쿠바 시위에 동조하는 동반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SOS cuba’ 해시태그도 퍼지고 있다. 이에 위기를 느낀 쿠바 정부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차단하고 나섰다.

쿠바 정부를 압박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2014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쿠바와 35년 만에 국교 정상화를 선언하며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것과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부통령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이런 입장 변화가 내년 중간선거를 의식한 민주당 정부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대 경합주로 꼽히는 플로리다주에 밀집한 쿠바계 미국인의 표심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쿠바 독재정권에서 탈출해 미국 마이애미 등지로 온 쿠바계 이민자들은 지난해 대선에서 대(對)쿠바 강경파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을 지지했고, 이는 트럼프가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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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는 쿠바 정부가 자국 내에서 27년 만에 벌어진 반정부 시위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려는 시도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은 이날 “(쿠바) 경제를 질식하게 하는 미국의 정책이 사회적 불안을 촉발시켰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대통령 암살 사건 발생 후 혼란에 빠진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 상황도 주시하고 있다. 아이티 정부가 항만과 정부청사 등 인프라 보호를 위해 병력 파견을 요청한 것에 대해 미국은 당초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서 “검토 중”으로 선회했다. 군대 투입이 가져올 외교적 부담, 외세 개입에 대한 아이티 내부의 반발 가능성 등에도 불구하고 아이티의 정세 안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파병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루의 경우 대선 한 달이 지나도록 선거 부정 의혹 속에 당선인이 가려지지 않고 있다. 주요 대선 후보 진영 간 갈등 격화로 사회적 불안정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이런 중남미 국가들의 혼란은 미국으로의 불법이민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기도 하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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