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구글·애플 맞먹는 중고차 플랫폼 경쟁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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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미국 중고차 산업의 변화가 거세다. 팬데믹으로 대면 거래가 위축됨에 따라 부동산 다음으로 비싼 자동차를 이커머스로 부담 없이 구매하게 됐다. 이 변화 속 눈에 띄는 중고차 업체는 카바나(Carvana)다. 2013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지난해 전미 중고차 판매 기준 2위(24만 대 판매)를 차지했다. 1위는 83만 대를 판매한 카맥스(Carmax)다.

카바나는 중고차의 픽업 장소를 자동차 자판기처럼 만들어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진짜 경쟁력은 바로 신뢰할 만한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360도 고화질 사진 정보, 7일 환불제 등을 선보이며 미국 중고차 업계를 뒤흔들었고, 판매량 1위인 카맥스(219억 달러)보다 시가총액(카바나 557억 달러)이 더 크다. 밸류에이션을 볼 때 2021년 말 실적 컨센서스를 기준으로 카바나의 주가매출비율(PSR)은 5.6배로 구글(6.2배)이나 애플(6.8배) 같은 빅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에 육박한다. 카바나의 자동차 이커머스 성장성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한국 중고차 시장의 사정은 어떨까?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중고차 등록대수는 387만 대로 전년 대비 7.2% 늘었으며 신차 판매(191만 대)의 두 배를 넘었다. 시장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까지 한국 중고차 판매는 연평균 2% 성장할 것이며, 그 중 이커머스 시장 성장은 동기간 연평균 4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에 4만475대였던 중고차 이커머스 판매량은 2025년 26만 대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은 이미 한국 중고차 업체들의 실적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국내 중고차 판매 1위 케이카는 2016년 가장 먼저 이커머스를 도입했다. 2020년까지 이커머스 연평균성장률(CAGR) 45.4%를 기록하며 빠른 성장 속에 올 상반기에는 평일 기준 59.6%라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는 등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이커머스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직영 시스템을 통한 품질 경쟁력, 카바나 못지않은 환불 제도, 3차원(3D) 사진 제공 등이 고객의 수요를 채워준 것이다. 케이카 외 엔카닷컴, 오토플러스 등 타 업체들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이커머스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며 한국 중고차 시장에서 이커머스가 대세로 떠올랐다. 현재 한국 중고차 이커머스 시장에서 80%의 점유율을 기록 중인 케이카는 이러한 성장세를 기반으로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를 예정 중이다.

카바나는 IPO 이후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차량 점검·수리센터를 늘리고 이커머스 채널을 강화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며 미국 중고차 시장의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한국 중고차 시장에서도 IPO 이후 발전을 거듭해 미국의 카바나와 같은 성공 사례가 나타날지 주목된다.


최중혁 미국 시장 분석가· <트렌드를 알면 지금 사야 할 미국주식이 보인다> 저자
#이커머스#케이카#중고차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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