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이진영]30대 희망퇴직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7-12 03:00수정 2021-07-12 0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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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에 고용 연장 얘기까지 나오지만 인위적 퇴직 시기는 빨라지고 있다. ‘사오정’ ‘오륙도’는 옛말이고, 이제는 30대 대리도 희망퇴직을 한다. 이른바 ‘체온 퇴직’이다. 체감 정년이 평균 체온(36.5세) 수준으로 낮아졌다는 뜻이다.

▷디지털 전환을 위해 대대적인 군살빼기에 들어간 금융권이 희망퇴직 대상을 30, 40대로 확대했다. KB손해보험은 1983년 이전에 출생한 대리급까지 퇴직 신청을 받았다. 38세까지 조기 퇴직 대상에 오른 것이다. 요즘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나가자”며 손드는 자발적 은퇴자들이 많다고 한다. “그만하면 나도 나가겠다”는 말이 나올 만큼 퇴직 조건이 좋기 때문이다.

▷요즘 금융권 희망퇴직은 ‘칼바람’이 아니라 ‘돈 잔치’에 가깝다. 24∼36개월 치 급여를 특별퇴직금으로 주고 자녀학자금, 건강검진비, 재취업·창업지원금도 얹어준다. 많게는 10억 원까지 챙겨 나올 수 있다. 핀테크 기업들의 구인난도 30대 퇴직을 부추긴다. 카카오뱅크는 수시 충원 중이고, 토스뱅크도 9월 출범 전까지 2000명을 목표로 사람을 뽑고 있다.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이나 늦기 전에 핀테크 기업으로 옮기려는 남녀 직원들이 퇴직금으로 대출금 갚고 인생 2막을 준비한다.

▷금융권처럼 돈 잔치는 못 하지만 다른 업종에도 30대 퇴직자들이 있다. 기업들이 장기 불확실성에 대비해 희망퇴직을 상시화하는 추세다. 30대 직장인 10명 중 6, 7명이 퇴직 압박을 받았다는 조사도 있다. 두둑한 퇴직금을 못 받는 이들은 스스로 은퇴 자금을 마련한다. 이른바 파이어(FIRE·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족, 젊을 때 바짝 모아 경제적 자립을 한 뒤 일찍 은퇴하는 이들이다. NH투자증권 조사에 따르면 조기 은퇴를 꿈꾸는 MZ세대의 목표 자산은 13억7000만 원. 신한카드 3년 차에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35억 원을 벌어 퇴사한 파이어족이 성공 사례로 회자된다. 하지만 급하게 고수익만 좇다 조기 은퇴는커녕 더 오래 일해야 할 수도 있다. 증시 호황이 언제까지 갈지도 불확실하다. 안정적인 수입원을 쉽게 포기하는 일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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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가 정년인 일본에선 40대 정년론이 나온다. 관리직 승진 시기인 40세에 중간평가를 통해 회사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겐 재교육을 통해 다른 일자리를 찾도록 하자는 제안이다. 한국도 재취업과 창업을 돕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년 연장에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강제 퇴직당하는 시기가 빨라지는 역설을 막으려면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도 손봐야 한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엔 정책도 기업도 개인도 유연해져야 살아남는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30대 퇴직자#30대 희망퇴직#체온 퇴직#연공서열형 임금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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