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장마’ 물폭탄 맞는 배달기사들…“출근이 두렵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3일 0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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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 장마 시작, 사고 증가 우려
바람 불면 오토바이 '자동 차선 변경'
안전 유의 메시지 휴대폰으로 오지만
"배달 단가 상승이 근본 해법" 요구도

국내 장마철이 다가오면서 배달노동자들의 교통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과 정부는 나름의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배달업 종사자들은 교통안전 대책 마련으로는 사고 위험을 줄이기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2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발표한 2020년 교통사고 집계 결과 서울시내에서 이륜차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2018년 39명에서 2019년 49명, 지난해에는 50명으로 증가해왔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6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륜차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서울시는 이륜차 사망사고 증가를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로 비대면 배달이 늘어난 결과로 분석했다.

우천 시엔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 배달업 종사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지난해 장마와 거리두기 2단계가 겹친 7~9월에 배달노동자 사고가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는데, 사고 원인 중 24.2%가 우천 등 기상악화였다고 한다.

라이더유니온 박정훈 위원장은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럽고 시야도 잘 확보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면서 “다리같은 곳을 건너다보면 바람의 압력에 차량이 밀려나 차선이 자동으로 변경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3일부터는 장마가 시작된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3일 오전 제주도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전국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상 상황이 나쁠 때 배달플랫폼 업체들은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조치한다. 쿠팡이츠의 경우 배달노동자들에게 빗길 운전을 대비해 안전 운행에 유의하라는 메시지를 발송한다. 강수량, 강설량 또는 바람의 세기에 따라 지역별로 배달 행위 자체를 금지할 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본적으로 기사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이기에 본인 의사에 따라 업무를 쉴 수 있다. 악천후가 예상되면 일을 나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장마철엔 활동하는 기사들이 평소보다 줄어든다고 한다.

정부도 배달노동자들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정책을 개발했다. 일례로 산업안전공단은 지난해 11월부터 배달노동자들에게 사고위험지역 알림과 날씨 등 실시간 상황에 따른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기사들이 배달플랫폼에 접속할 때 관련 영상이 송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노조 측에선 교통사고를 교통안전만의 문제로 본다면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달수수료를 올리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플랫폼 업체들이) 평소 가격이 낮다가 비가 올 때 단가를 순간적으로 올리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다보니 노동자들이 비가 올 때 무리를 하는 것”이라며 “프로모션 비율을 줄이고 평시 요금을 올리도록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이 예로 든 것은 화물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다.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수입을 보장하고 저운임으로 인한 과로 및 과적, 과속 운행 개선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도입된 제도다.

또한 현재 배달노동자들이 무분별하게 모집되고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 위원장은 “운전이 미숙한 초보들에게서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륜차 운전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일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지금은 자동차 면허가 있으면 이륜차를 탈 수 있는데 이륜차 면허를 따로 소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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