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들어도 모두 ‘반항’은 아니에요[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입력 2021-06-16 03:00수정 2021-06-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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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수업 중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교사가 교실에서 직면하게 되는 가장 난감한 상황 중에 하나는 아이가 지시를 잘 따르지 않는 것이다. 반복적으로 지시를 했는데도 아이가 잘 따르지 않을 때,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떨어지는 것 같고, 그 아이를 무시하고 수업을 하자니 마음에 걸리고, 그렇다고 수업을 중단하고 그 아이를 붙들고 가르칠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이 된다.

왜 어떤 아이들은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을까? 우선, 버릇없이 큰 아이들이 있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어릴 때부터 원하는 걸 다 들어주다 보면 원하는 것을 뒤로 미루는 것이라든가, 아무리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 아무리 하기 싫어도 해내야 하는 게 있다는 것을 배우지 못하게 된다. 이런 아이들은 하기 싫은 것은 누가 시켜도 절대로 하지 않으려 들고, 반대로 하고 싶은 것은 기어이 하려고 든다. 교사가 몇 번 지도하고 며칠 교육한다고 해서 금방 바뀌지 않는다. 그 아이의 부모에게 되도록 있는 그대로 상황을 설명하고, 협력을 구해야 한다.

두 번째, 아이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인 경우다. 이런 아이들은 의도적이지 않지만 그 증상 때문에 학급 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교사 입장에서는 정말 말 안 듣고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이로 보이기도 한다. 이럴 때 어떤 교사는 어떻게든지 1년 동안 사랑으로 가르쳐 보겠다는 생각에 아이의 문제 행동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 고민하기도 한다. ADHD 성향을 보이는 아이의 문제 행동은 사람 됨됨이 때문이 아니다. 이러한 행동을 조절하는 뇌 기능의 불균형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므로 반드시 의학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ADHD 아이인 경우 의사와 담임교사, 보호자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 번째, 쉽게 불안해지고 겁이 많은 아이이다. 옛말에 ‘쥐가 도망 갈 구멍이 없으면 고양이를 문다’는 말이 있다. 교사의 지시가 아이에게 공격이나 위협으로 느껴지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교사에게 지나칠 정도로 저항하기도 한다. 이럴 때 교사가 더 강하게 꺾으려고 들면 아이는 더욱 저항한다. 이럴 경우에는 “혹시 선생님이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데 마음이 불편하니?” “선생님이 무섭니?” “잘못할까봐 좀 걱정되니?”라고 교사가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 교사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교사를 좀 편안하게 대하고, 그 지시를 따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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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 정서적인 문제가 있는 아이인 경우에도 그럴 수 있다. 집에 문제가 있거나 여러 이유로 우울하거나 좌절감이 많은 아이는 무엇을 하려는 의욕이나 의지가 거의 없다. 교사가 어떤 것을 시켜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지나치게 의욕이 없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우울해 보이면 부모와 빨리 의논하여 아이가 늦지 않게 도움을 받도록 해야 한다.

다섯 번째, 학습에 어려움이 있을 때도 그럴 수 있다. 기본적인 교과 과정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에 아이가 겪는 고초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과제를 해내는 속도가 지나치게 늦으면 본의 아니게 교사가 다그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이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는 교사와 갈등 구도에 들어가게 된다. 아이가 겪는 학습의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잘 살펴보고, 근본적인 부분이 개선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그러는 경우도 있다. 교사에게 반항하고 저항하는 것이 학급 친구들에게 마치 자신이 힘이 세고 강한 아이처럼 보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춘기에 들어간 아이는 지나치게 논쟁적이 되거나, 교사가 지시하는 것에서 조금이라도 불합리한 면이 발견되면 그것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따지며 논쟁을 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아이가 이의를 제기하는 부분 중에서 타당한 것이 있다면 먼저 인정해 주고 수긍해 주는 것이 낫다. 그런 다음 아이에게 해야 할 지시를 한다. “그래, 네 말을 듣고 보니 그건 그렇구나. 알겠어. 선생님이 고치려고 해볼게. 그런데 그래도 이건 해야지?”라고 하는 식이다. 아이가 논쟁하는 내용보다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래. 네 말은 알겠어. 그런데 지금 네가 하는 행동은 꼭 선생님과 싸우자는 것 같구나. 그건 아니지?” 이렇게 하는 것이다.

교육이란 지식을 배우고 가르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이 사회의 일원으로서 기본 질서를 지키면서 다른 사람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회성과 인성을 가르치는 것이기도 하다. 지시를 따르지 않는 아이들도 그렇게 가르쳐 나가야 할 한 사람이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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