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43일뒤 보고받은 공군총장, 41일뒤 조치

신규진 기자 입력 2021-06-05 03:00수정 2021-06-05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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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성추행 파문’ 윗선 확산
군 검찰이 4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군 이모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날 충남 계룡대 공군본부에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는 장병의 모습. 계룡=뉴스1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의 4일 전격 사의 표명은 군 당국이 이날 전방위적 압수수색 등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 수사에 뒤늦게 속도를 내는 시점에 이뤄졌다. 이 중사 성추행 사건에 대한 부실 수사와 사망 이후 늑장·부실보고 등 수사의 칼날이 공군 지휘부로 향하자 먼저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한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전역지원서를 제출한 지 1시간 만에 사의를 수용했다. 청와대는 서욱 국방부 장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지 43일 만이자 피의자 장모 중사가 군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지 일주일 뒤인 4월 14일 이 중사 사건 보고를 받은 이 총장은 수사나 피해자 보호를 위한 별다른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이후 41일 만인 지난달 25일에야 서 장관에게 2차 가해 등 사건 전반을 전화로 보고했다. 이 중사가 지난달 21일 극단적 선택을 하고 22일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38일 동안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가 사망 사건 발생 4일 뒤에야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것. 서 장관은 보고를 받은 뒤 부실 수사로 일관한 공군에 사건을 계속 맡겼다가 이달 1일에야 뒤늦게 수사 주체를 국방부 검찰단으로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 靑 “최고 지휘라인 누구도 예외 아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이 사의를 즉각 수용했다고 밝힌 뒤 “최고 지휘라인에 있는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며 “보고와 보고 이후 조치 과정을 살펴볼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장관의) 경질까지 논의하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기 적절치 않다”며 “(조사) 과정을 다 지켜보고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 장관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고 지휘책임이 드러날 경우 경질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

이 총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 총장은 문 대통령이 “최고 상급자까지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한 3일 여권에서 공군총장 사퇴 가능성이 제기되자 심적 부담에 사의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사의를 즉각 수용한 이유에 대해 “(이 총장이) 수사를 받아야 할 상황도 있을지 모르는 사안들이 겹쳐 있기 때문에 이 절차를 가급적 빨리 진행하겠다는 뜻이고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표현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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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이 총장의 사퇴가 향후 불거질 수 있는 ‘서 장관 책임론’에 대한 ‘꼬리 자르기’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전출 부대서 극단 선택 배경도 수사
1일 사건을 이관 받은 국방부 검찰단은 사흘 만인 4일 공군본부 군사경찰단, 15특수임무비행단에 대해, 국방부 조사본부는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대대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합동수사단에 공군 인력은 모두 배제됐다.

국방부 검찰단은 공군본부 군사경찰단이 작성한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한 내부 보고문서가 국방부에 보고한 문서와 다른 대목을 일부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전투비행단 군사경찰이 강제추행이 이뤄진 차량 블랙박스에서 “하지 말아 달라”는 이 중사 음성을 확보해 놓고도 장 중사를 사건 발생 15일 뒤에야 처음 조사한 경위 등 초동 부실 수사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 중사가 지난달 18일 15비행단으로 부대를 옮긴 뒤 사흘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부대 간부들의 2차 가해 정황도 향후 수사로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2일 서 장관과의 면담에서 전출 부대 간부들의 실명을 거론하며 이 중사의 정신적 고통이 컸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은 4일 합동수사단에 이 중사에 대한 부대 간부들의 2차 가해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 등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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