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 월라봉-군산은 '쌍둥이'… 83만~92만년 前 동시 형성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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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원 박사팀 연구 결과 발표
산방산보다도 최대 6만 년 오래돼… 제주도 지표 위 화산체 중 '최고령'
인근 가파도 형성 과정 등도 밝혀… 1007년 분화 기록 화산은 못 찾아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월라봉(왼쪽), 군산(오른쪽) 등 2개 오름이 별개의 화산체가 아니라 하나의 쌍둥이 화산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라봉 박수기정 절벽에서는 가장 오래된 현무암질 용암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월라봉(왼쪽), 군산(오른쪽) 등 2개 오름이 별개의 화산체가 아니라 하나의 쌍둥이 화산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월라봉 박수기정 절벽에서는 가장 오래된 현무암질 용암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군산과 월라봉 2개 오름이 동시에 생성된 쌍둥이 화산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월라봉 절벽인 박수기정에는 제주 육상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현무암질 용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07년), 세계지질공원(2010년) 지정을 전후해 제주지역 지질 및 화산 연구 등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섬 탄생의 비밀이 추가로 밝혀진 것이다.

최근 발간된 대한지질학회 학회지(57권 제2호)에 게재된 논문 ‘월라봉-군산, 제주도 최고기 쌍둥이 화산체의 지질과 화산활동’에 따르면 월라봉-군산이 제주도에서 지표에 노출된 화산체 가운데 가장 오래됐으며 별개 화산체가 아니라 동시에 폭발한 하나의 화산체다.

화산체에 대한 야외 지질조사, 암석화학 분석 및 아르곤-아르곤(Ar-Ar) 연대 측정 등을 통해 분석한 결과 그동안 지하 시추에서만 확인됐던 고(古)시대의 현무암질 용암류가 박수기정 일대 야외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화산 활동 및 과정을 재구성한 결과, 월라봉-군산 화산체는 92만 년 전에서 83만 년 전 사이 현무암질 용암류를 분출한 마그마성 분화가 종료되면서 쌍둥이 화산체로 만들어졌다. 그동안 가장 오래된 화산체로 알려진 조면암 용암돔인 산방산의 생성 연대보다 최대 6만 년가량 앞선다.

월라봉-군산, 산방산 부근에 있는 유인도인 가파도는 산방산보다 2만 년가량 앞서 형성된 100m 높이의 용암돔이었으나,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침식 등에 의해 현재의 평탄한 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다. 가파도 주변에 100m 깊이 해저 협곡이 현무암질 용암류로 이뤄진 점으로 미뤄 당시 화산체가 바다 밑에 존재했다고 보고 있다. 월라봉-군산, 산방산, 가파도 지역은 100만 년 전부터 80만 년 전까지 제주의 화산활동 기록을 육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책임저자인 고기원 박사는 “월라봉의 연대가 오래됐다는 학계 보고와 군산이 고려 목종 10년(1007년) 화산 분화 기록을 한 곳으로 추정된다는 점에 주목하고 연구 활동을 벌였다”며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대 측정과 분석에 따라 92만 년 전 현무암질 용암류를 확인하고 화산 활동사를 다시 구성했다”고 말했다.

또 고 박사는 “제주도 지질연구의 기반인 1 대 5만 지질도, 1 대 20만 지질도가 20년 전 구축돼 수정 및 보강이 필요했다”며 “최근 활발하게 이뤄진 암석연대 연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앞으로 화산층서, 화산활동에 대한 새로운 서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고려 목종 10년 ‘상서로운 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났는데 탐라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나올 때 구름과 안개로 깜깜해지고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진동이 있었다’는 기록은 수중 화산 분화 현상을 표현한 것이다. 그동안 안덕면 앞바다 형제섬일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최근 연구 결과 형제섬 생성 연대는 9200년 전으로 나와 시기가 맞지 않는다. 옛 기록에 나온 1000년 전 화산 분화의 화산체 찾기는 또다시 지질학계 숙제로 남게 됐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서귀포#월라봉#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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