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얼굴의 ‘다크 히어로’…이제훈 “사적 복수, 시원하셨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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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택시 ‘이제훈’
최근 종영한 드라마서 피해자 대신 복수하는 택시 기사 역할 맡아
실제 발생한 사건 다뤄 몰입도-긴장감 높여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사이다 같은 위로 됐길

이제훈은 ‘모범택시’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다크 히어로 김도기를 연기하며 “사실 부담됐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역량을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젓갈공장 노예 사건과 학교폭력 이야기를 들었다. 홍보대행사 피알제이·SBS 제공
이제훈은 ‘모범택시’에서 악당을 물리치는 다크 히어로 김도기를 연기하며 “사실 부담됐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역량을 다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젓갈공장 노예 사건과 학교폭력 이야기를 들었다. 홍보대행사 피알제이·SBS 제공
‘김도기 님이 입장하셨습니다.’

지난달 31일 인터넷 화상 채팅방에 얼굴을 드러낸 배우 이제훈(37)의 대화명은 김도기였다. 5월 29일 종영한 드라마 ‘모범택시’에서 그는 살인 피해자의 유족이자 다른 억울한 피해자들을 대신해 복수하는 김도기 역을 맡았다. “아직 작품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해방이라는 기분보다 작품을 떠나보내기 힘들다는 느낌이 강하다”는 그는 ‘모범택시’ 마크가 그려진 검은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10년 전 영화 ‘파수꾼’에서 흔들리는 청춘을 연기한 그는 ‘건축학개론’(2012년)에서 첫사랑의 아이콘, 드라마 ‘시그널’(2016년)의 프로파일러, ‘박열’(2017년)의 항일운동가를 거쳐 ‘다크 히어로’로 변신했다. 이제훈은 “매번 성장하고 보여줄 게 많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모범택시는 최고 시청률 18%로 SBS 역대 금토 드라마 중 네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제훈은 매회 캐릭터를 바꿔가며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본업은 모범택시 기사지만 어수룩한 기간제 교사나 조선족 등으로 위장해 ‘N도기’라고 불리기도 했다. “제대로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기다리고 준비해 왔다”는 그는 “‘원신 원테이크’로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무술감독과 호흡을 맞춰 어렵지 않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극 초반 무술 대역 논란에 대해선 “무술팀이 배우가 다칠 가능성을 우려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제훈이 연기한 다크 히어로 김도기역.
이제훈이 연기한 다크 히어로 김도기역.
일각에서는 사적 복수를 다루는 데 대한 우려도 나왔다. 특히 드라마 결말을 놓고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극 중 강하나 검사(이솜)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김도기의 죄를 눈감아주는 데다 각자의 삶을 살던 무지개운수 멤버들이 재회해 다른 작업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제훈은 “무지개운수 사람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고 응원해 준다고 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는 조두순 사건이나 위디스크 양진호 회장 갑질 사건, 염전노예 사건 등 실제 발생한 사건들을 이름만 살짝 바꿔 다뤘다. 이제훈은 전적으로 박준우 감독을 따랐다고 했다. 박 감독은 한때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연출했다. 이제훈은 “실제 피해자들에게 제가 사이다 같은 역할이 되고 싶었던 열망이 컸다”고 했다. 이어 “픽션 드라마이지만 시청자들이 재미로 휘발시키기보다 실제 사건을 한번 더 곱씹어 봤으면 했다”며 “박 감독의 이전 작업들과 연출이 나를 더 진심으로 연기하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투헤븐’ 등 현실을 반영한 작품들에 참여하고 있다. 이제훈은 “재밌고 오락적으로 즐길 수 있는 작품도 좋아하지만 내가 연기한 스토리를 보고 나서 각자의 마음에 남은 생각들이 아깝지 않은 작품들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데뷔 14년차 배우인 그는 조만간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그는 박정민 등 배우 3명과 함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가 제작하는 ‘언프레임드’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맡는다. 이 작품에서 이제훈은 젊은이들이 무엇을 갈망하고 원하는지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올 12월에 공개된다.

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
#이제훈#모범택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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